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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대관료 1000만원"…일부러 상가 비우는 성수동 건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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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요즘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나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등 이른바 ‘팝업 핫플’로 꼽히는 거리에서는 ‘팝업’ ‘대관’ 같은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수동에서만 월 평균 100여 개의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가 들고 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팝업 수요가 늘면서, 팝업 공간을 전문으로 대여하는 업체, 기획 및 운영 등을 대행해주는 업체 등이 생겼다. 유지연 기자

팝업 수요가 늘면서, 팝업 공간을 전문으로 대여하는 업체, 기획 및 운영 등을 대행해주는 업체 등이 생겼다. 유지연 기자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성수동 일대 상가의 하루 대관 비용은 33㎡(약 10평)당 100만~150만원을 호가한다. 장소마다 조건이 달라서 특정하긴 어렵지만, 보통 일주일간 99~165㎡(약 50평)의 공간을 빌린다고 하면 3000만~5000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얘기다.

성수동 소재의 바른부동산 관계자는 “팝업 스토어 성수기인 여름이라 수요가 많아 현재는 예약이 꽉 찼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어 있는 상가를 찾기 어려워 하루 대관에 1000만원을 주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팝업 수요가 늘면서 거리의 건물주들도 임대보다는 팝업을 선호하는 추세다. 아예 임대차 아닌 팝업으로만 건물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월세 대비 수익이 높고,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제약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신구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이사는 “2017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화장품 팝업 등이 늘어나면서 팝업이 상가 계약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며 “임차가 아니라 잠시 사용하는 계약을 맺는다는 의미로 사용대차계약을 맺고 공간을 임대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팝업 공간을 대여하고, 기획·운영까지 하는 팝업 플랫폼들도 하나둘 생기고 있다. 성수동에서만 5개의 공간을 운영하는 팝업 플랫폼 ‘프로젝트렌트’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팝업 대행 스타트업 ‘스위트스팟’은 공간 중개업체로 시작해 최근에는 기획·운영 대행까지 하고 있다.

다만 임대·대관의 현수막을 붙인 채 비어있는 건물이 일상화하면서 거리가 썰렁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팝업 유치를 위해 비워 놓는 건물이 늘면서 거리의 콘텐트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수요가 넘치는 성수기에는 북적이지만,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팝업 특구의 거리가 유난히 비어 보이는 이유다.

성수동에서 ‘포인트오브뷰’ 등의 매장을 운영하는 김재원 대표는 “짧은 기간 들고 나는 매장들만 번성하다 보니, 시간을 두고 자라면서 거리의 색을 만드는 앵커스토어(유명 점포)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성수 수제화 희망플랫폼을 리뉴얼하여 지난달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전시 및 홍보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성동구는 성수 수제화 희망플랫폼을 리뉴얼하여 지난달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전시 및 홍보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자본이 있는 유명 기업들이 대거 팝업에 뛰어들면서 전체적 비용이 비싸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료와 운영비 등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예산이 치솟으면서 소상공인 등 작은 브랜드들이 소외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성동구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팝업 플랫폼을 개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수제화 전시장으로 이용됐던 ‘성수동 수제화 희망플랫폼’의 1층(141.75㎡)을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제품 전시 및 홍보, 이벤트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했다. 성동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9건 정도의 팝업 스토어 일정이 잡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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