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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국 기업 아닙니다" 해외로 뜨는 中기업들 '국적 세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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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등 국제사회가 중국을 상대로 각종 제재를 가하자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는 중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제재를 피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사실 '중국 꼬리표'가 붙으면 이미지에 타격이 있어 장사가 어렵다는 게 이들의 속사정이다. 그러나 본사 이전을 한들 완전히 '중국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을 기반으로 패스트패션 업계의 정상에 오른 쉬인이 '탈중국'의 대표적 사례다. 2008년 설립된 쉬인은 최근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고, 중국 난징에 있는 기업 등록을 말소했다. 쉬인은 또 아일랜드와 미국 인디애나주(州)에 지사를 설립하고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로비대행업체와도 계약을 맺었다. NYT는 "연내로 예상되는 미국 내 기업공개(IPO)를 앞둔 사전 작업"이라고 짚었다.

중국 패션쇼핑몰인 쉬인은 최근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고 중국 난징에 있는 기업 등록을 말소했다. AFP=연합뉴스

중국 패션쇼핑몰인 쉬인은 최근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고 중국 난징에 있는 기업 등록을 말소했다. AFP=연합뉴스

쉬인이 '중국 색(色) 지우기'에 적극 나선 이유는 중국 내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값싼 섬유를 써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혹을 끊고 싶어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쉬인의 의류 중 일부는 강제 노동 교화소가 있는 중국 신장에서 재배된 목화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의혹이 1000억 달러(약 13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IPO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라 중국 색 지우기에 열심이라는 게 NYT 분석이다. 쉬인 측은 NYT에 "우리는 세계 150개 시장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다국적 기업"이라는 주장을 폈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해외 초저가 쇼핑앱 '테무'의 경우, 최근 본사를 미국 보스턴에 세웠다. 지난해 9월 미국에 데뷔한 테무는 최저가 상품을 앞세워 인기몰이를 하면서 올해 초에는 캐나다·호주·뉴질랜드까지 진출했다. 테무의 모(母)기업인 핀둬둬도 본사를 중국에서 아일랜드로 옮기면서 중국 꼬리표 떼기에 나섰다.

중국 쇼핑앱 테무의 모회사인 핀둬둬는 최근 본사를 중국에서 아일랜드로 옮겼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쇼핑앱 테무의 모회사인 핀둬둬는 최근 본사를 중국에서 아일랜드로 옮겼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동영상 기업인 틱톡의 최고경영자인 저우서우즈는 지난 3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틱톡은 중국 본토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본사는 미국 LA와 싱가포르에 있다"고 설명했다. 브룩 오버웨터 틱톡 대변인은 NYT에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지분의 60%는 블랙록 등 글로벌 기관투자가가 갖고 있으며 최고경영자(CEO) 역시 싱가포르에 상주한다"고 말했다.

세계 태양광 패널의 10%를 생산하는 중국업체 징코솔라는 최근 생산 시설을 중국 밖으로 옮겼다. 이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컨설팅 업체 키어니의 셰이 뤄 연구원은 "미국 바이어들이 중국 업체를 상대로 계속 제기해 왔던 '불명예스러운 평판'을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템플대 정치학과 로슬린 쉐 부교수는 NYT에 "중국 기업이 제조 기지나 본사를 제3국으로 옮기는 것은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이 본국을 떠나는 건 중국 정부의 감시 등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기업 컨설턴트인 스트래티지 리스크의 아이작 스톤 피쉬 최고경영자(CEO)는 "쉬인·틱톡 등은 미국의 규제와 (중국 기업이라는 꼬리표에서 오는) 평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로 이전한 것도 있지만, 창업자와 직원들이 중국 정부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중국 정부에 체포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해외 이전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왼쪽 끝)은 미국 정계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 노동 문제를 적극 제기해 왔다. AP=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왼쪽 끝)은 미국 정계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 노동 문제를 적극 제기해 왔다. AP=연합뉴스

NYT는 "그러나 본사 이전을 해도 중국 이미지를 지우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계에서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 문제를 다루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최근 쉬인의 본사 이전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쉬인이 아무리 중국 기업임을 숨기려고 하더라도 속을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도 "기업들은 공급망을 깨끗하게 유지하거나 중국과 같은 강제 노동에 연루된 국가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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