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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서방 무기고 고갈, 한국도 재고 곧 바닥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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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대반격에 돌입한 우크라이나가 “재앙에 가까운 손실을 입고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계속 진격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의 시신이 널브러진 마을의 모습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본격화되면서 양국이 상반된 정보를 내놓으며 성과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한계를 맞고 있다면서 한국의 재고도 곧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서방 장비 최대 30% 손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수도 모스크바 관저에 군사 관련 기자 20여명을 모아 우크라이나 대반격에 대한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수도 모스크바 관저에 군사 관련 기자 20여명을 모아 우크라이나 대반격에 대한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군사 분야 기자와 블로거 20명 미만을 초청해 이번 대반격에 대해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간담회는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러시아 전역에 방송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지난 4일 4개 방면으로 반격을 시작했으나 어느 곳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서방으로부터 받은 우크라이나군 장비의 25~30%가 손실됐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160대 이상의 전차·장갑차 등을 잃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피해 규모는 우크라이나의 3분의 1 정도인 54대만 손실했는데 일부는 수리가 가능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와 미국이 지원한 브래들리 장갑차를 파괴하고 노획한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병력 상황도 우크라이나보다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손실은 우리 군의 10배에 달한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은 재앙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추가 동원령 가능성도 작은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100만~200만 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목표가 무엇이냐에 달렸다”면서 “키이우로 다시 가야 하나. 그렇지 않다면 (추가 동원령은) 필요하지 않다”며 여유를 보였다.

“한국·이스라엘도 포탄 고갈될 것” 

또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전차용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하기로 하고 미국도 같은 방침을 검토 중인 것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우리도 이들 탄약을 갖고 있고, 필요한 경우 대응으로서 이들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창고에 있는 모든 무기를 꺼내 갔다"면서 "한국과 이스라엘에만 재고가 있지만 그마저도 곧 바닥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보유한 포탄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전해지고 있다는 ‘탄약 우회 지원설’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 러군 시신 있는 탈환지 공개

 우크라이나 군인이 13일 대반격 초기 공세에서 탈환한 도네츠크주 네스쿠흐네 마을에서 러시아 군인 시신 옆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13일 대반격 초기 공세에서 탈환한 도네츠크주 네스쿠흐네 마을에서 러시아 군인 시신 옆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우크라이나는 동부와 남부 전선인 도네츠크주(州)와 자포리자주 경계선에 있는 수개의 마을을 탈환했으며, 현재 계속 진격 중이라고 주장했다. 13일에는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던 마을을 수복했다며 이를 BBC와 로이터 등 서방 언론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마을엔 파괴된 러시아 군용 차량과 러시아 군인들의 시신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탈환지에 있는 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러시아 군인들이 처음에는 위험에 처한 동료들을 대피시키려다가, 결국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을 드론을 통해 지켜봤다”고 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우크라이나는 아직 본격적인 공세엔 돌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러시아군의 약점을 찾는 탐색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육군 장군 출신인 벤 호지스는 “서방에서 훈련받거나 서방 장비를 갖춘 우크라이나 여단 9개 중 2∼3개만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13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중부 크리비리흐시의 민간인 건물과 차량 모습. AFP=연합뉴스

13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중부 크리비리흐시의 민간인 건물과 차량 모습. AFP=연합뉴스

후방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러시아는 13일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크리비리흐시와 헤르손주 남부 벨로제르카 등을 공습했다. 이로 인해 최소 11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에 포격을 가해 주택 일부가 손상되고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대반격 최전선에서 약 50㎞ 떨어진 도네츠크주 볼노바하에서 제35군 참모총장인 세르게이 고리야체프 소장이 우크라이나 측의 미사일 공습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2월 말 개전 후 16개월 동안 전장에서 러시아 장군 약 15명이 사망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미국 등 서방, 추가 군사원조 발표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는 진전을 보이고, 진군하고 있다”며 “아직 (대반격) 초기 단계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더 많은 땅을 수복할수록 추후 (종전) 협상에서 더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군사력으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권위주의적 지도자들과 중국에 보내는 일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나토의 동쪽 측면을 강화했다”며 “(집단방위를 규정한) 나토 조약 5조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바위처럼 굳건하다”고 답했다. 이날 미국은 13일 브래들리 장갑차 15대 등 총 3억2500만 달러(약 4139억원)에 달하는 추가 군사 지원 계획을 놨다. 영국이 주도하는 유럽 합동원정군(JEF)도 방공 무기 위주의 1억1600만달러(약 1477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약속했다.

한편 나토 회원 31개국은 다음달 리투아니아에서 '나토 정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방안에 합의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역대 최장수 사무총장인 스톨텐베르그의 임기 연장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그는 4년 임기를 한 차례 연장했지만 지난해 전쟁이 발발하며 1년 추가로 연장했다. 나토 사무총장 임기는 9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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