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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탄에 또 좌초된 체포동의안…이러고도 혁신하겠다는 건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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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윤관석(왼쪽)의원과 이성만 의원이 12일 본회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윤관석(왼쪽)의원과 이성만 의원이 12일 본회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표 더 많아 부결

방탄의 늪 더 빠져든 야당…“공범 동료애 발동”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 투표에서 부결됐다. 윤 의원은 ‘찬성 139, 반대 145, 기권 9’,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볍다는 이 의원은 ‘찬성 132, 반대 155, 기권 6’이었다. 두 동의안 모두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란 가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두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대표 경선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며 국회의원들에게 6000만원을 살포(윤관석)했거나 1100만원을 캠프에 전달(이성만)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사건이 불거진 뒤 탈당해 현재 무소속 신분이다.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장관은 사건 관련자들의 전화 녹음파일과 진술을 소개하며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건 민주주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고 했다.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받는 20명의 민주당 의원이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한 장관의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반면에 두 의원은 “준 사람은 부인하고 받은 사람은 없는, 부실하고 부당한 영장청구”(윤관석), “자기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가 인신을 구속하는 사유가 될 수 있느냐”(이성만)고 호소했다. 결과만 보면 이들의 읍소가 통한 모양새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의 최대 관심은 167석 거대 야당으로 동의안의 운명을 쥔 민주당의 선택이었다. 돈봉투 파문 외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김남국 의원 코인 파문까지 3중고에 처한 민주당이 과연 이번 표결을 통해 ‘방탄 정당’의 오명을 극복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민주당 내부의 여론도 일견 가결 방향이 우세한 듯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다수의 힘으로 부결시켰던 민주당이지만, 이번에 또다시 제 식구를 감싸기엔 당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 곤궁하고 절박했기 때문이다.

‘둘은 몰라도 적어도 한 명은 가결될 것’이란 분석까지 등장한 배경엔 아무리 민주당이라도 최소한의 상식은 외면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합리적인 예측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당내 이탈표로 ‘찬성 139, 반대 138, 기권 9, 무효 11’란 결과를 낳았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때보다 반대표가 더 많이 쏟아졌다. ‘이번에 가결되면 다음에 추가로 제출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명분이 없다’는 위기감에서든, 한 장관의 지적처럼 돈봉투 ‘공범 의식’의 발로에서였든 방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커녕 발을 한발 더 담그는 결과만 낳았다. 이런 정당이 혁신을 추진한다는데,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국민이 믿기는 더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