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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 하랬더니 "기쁨조나 해라"…교권침해땐 수사 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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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 자유서술식 문항 피해사례 조사 결과발표 및 교원평가 폐지·여성교사 성희롱 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 자유서술식 문항 피해사례 조사 결과발표 및 교원평가 폐지·여성교사 성희롱 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습

교사에 대한 모욕과 성희롱 등으로 논란이 된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의 개선책이 발표됐다. 오는 9월부터 교원평가 시행을 앞두고 주관식 문항을 바꾸고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해 부적절한 답변을 막겠다는 것이다. 교권침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즉각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논란의 교원평가…“필터링 강화·교권침해는 수사”

교육부는 12일 교원평가 시행 방안을 각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 올해 교원평가는 오는 유·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재직 교원을 대상으로 9~11월 두 달 간 이뤄진다. 평가는 학생(초4~고3)과 학부모(초1~고3)가 참여한다. 동료 교원 평가는 내용 중복을 이유로 올해부터 빠진다.

이번 평가는 그간 부적절한 답변으로 논란을 빚었던 서술형 평가를 보완하고 교권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 지난해 세종시의 한 고3 학생이 교원평가에서 여교사에게 “XX 크더라”, “그냥 기쁨조나 해라” 등의 성희롱 발언을 적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육부는 서술형 문항 앞에 경고 문구를 게시하고 비속어 등 금칙어 여과 기능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금칙어 사이에 특수기호를 삽입해도 필터링 시스템으로 걸러지게 된다.

일부 문항 내용도 바뀐다. 학습지도, 생활지도 등 문항을 영역별, 학교급별로 구분하고 질문도 구체화했다. 예를 들어 “선생님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등을 묻는 모호한 질문에서 “선생님의 수업 중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수업은 무엇이며, 이유는 무엇이었나?” 등으로 보완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교원평가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연구도 올해 말까지 완료해 내년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교권침해 대응도 강화한다. 교육부는 학교나 교육청이 평가에서 부적절한 답변으로 인한 교권침해를 인지하면 수사 의뢰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가해자가 특정되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따른 조치를 내리도록 교육청에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해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심리치료, 학급 교체, 출석 정지, 전학, 퇴학 등의 조치(1~7호)를 내릴 수 있다.

“필터링, 교권침해 대응도 한계…전면 개선 필요”

지난해 1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 자유서술식 문항 피해사례 조사 결과발표 및 교원평가 폐지·여성교사 성희롱 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 자유서술식 문항 피해사례 조사 결과발표 및 교원평가 폐지·여성교사 성희롱 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원평가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0년 전면 도입됐다. 학생, 학부모 의견을 학교 운영에 반영하고 결과에 따라 교사 특별연수 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교원단체들은 꾸준히 폐지를 요구해왔다. 초창기에는 무분별한 경쟁을 일으킨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교원평가가 정착되고, 교육활동과 관련 없는 부적절한 서술형 답변이 문제되며 교권 침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힘을 얻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전국 교사 6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5%(6255명)가 “교원평가가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답했다. 30.8%(1996명)는 “자유서술식 교원평가를 통해 성희롱, 외모비하, 욕설, 인격모독 등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개선안에 대해 현장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황유진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처장은 “학생들은 시스템을 벗어나 욕설을 적어낼 방법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낸다. 필터링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교원 피해가 일어나면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는 것도 오히려 학교 갈등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서술형 문항의 문제가 해결한다 해도 전문성 신장 취지를 상실한 교원평가제의 근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며 “교원평가가 전문성 신장 등 본 취지대로 운영되려면 현행 수준의 문항 내용과 5점 척도 방식 등이 전면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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