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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43) 부친의 원수 갚은 손권, 박망파에서 하후돈을 무찌른 제갈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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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권은 황조가 있는 하구(夏口)를 공격했습니다. 황조는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하자 강하를 버리고 형주로 달아났습니다. 감녕은 황조가 도망갈 길목을 미리 지키고 있다가 막아섰습니다.

내가 지난날 너를 소홀하게 대접한 적이 없는데 오늘 어째서 이렇게 핍박하느냐?

나는 지난날 강하에서 많은 공을 세웠는데도 너는 나를 강에서 남의 물건이나 뺏는 날강도로밖에 대접하지 않았다. 아직도 무슨 할 말이 있느냐?

감녕은 도망가는 황조를 활로 쏴서 말에서 떨어뜨린 후에 목을 베어 손권에게 바쳤습니다. 손권은 강동으로 돌아가서 아버님 영전에 바치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나무상자에 담아두도록 했습니다.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손권은 황조의 수급을 가지고 제사를 지냈습니다. 제사를 끝내고는 문무 대신들을 모아놓고 주연을 베풀며 공로를 치하했습니다. 이때 갑자기 능통이 울면서 칼을 뽑아 들고 감녕에게 덤볐습니다. 감녕은 앉았던 의자로 황급히 막았습니다. 능통은 감녕이 원수였습니다. 예전에 감녕이 황조의 부하로 강하를 지킬 때, 능통의 아버지인 능조를 쏘아 죽였기 때문입니다. 손권이 능통을 설득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능통은 머리를 조아리고 울면서 말했습니다.

화살로 황조를 죽이는 감녕. 출처=예슝(葉雄) 화백

화살로 황조를 죽이는 감녕. 출처=예슝(葉雄) 화백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수를 어찌 갚지 않을 수 있습니까?

손권은 그날로 감녕에게 5천 명의 군사와 1백 척의 전선(戰船)으로 하구를 지키게 했습니다. 능통은 승렬도위(丞烈都尉)로 승진시켰습니다. 손권은 대군을 이끌고 시상(柴桑)에 주둔하고 주유는 파양호(譒陽湖)에서 수군을 훈련하며 조조의 침공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유비가 동오의 소식을 접하고 제갈량과 의논하고 있을 때 유표가 유비를 불렀습니다. 유비는 관우에게 신야를 지키게 하고 장비의 호위를 받으며 형주로 갔습니다. 유표는 병치레 많은 자신이 죽거든 유비가 형주의 주인이 되어 달라고 했습니다. 유비는 펄쩍 뛰며 사양했습니다. 제갈량이 아쉬워하며 물었습니다.

유표가 형주를 맡기려고 하는데 어째서 물리치셨습니까?

예를 다해 후하게 나를 대접했는데 어찌 차마 그가 거의 죽게 된 틈을 이용해 형주를 빼앗을 수 있겠소?

주공께서는 참으로 인자하십니다.

유표의 장남인 유기가 찾아왔습니다. 그가 유비를 보자 절하고 울면서 말했습니다.

계모가 용납하지 않아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릅니다. 바라옵건대 숙부께서는 불쌍히 여겨 구해주소서.

그것은 현질(賢姪)의 집안일일세. 어찌 나에게 묻는가?

유비는 다음날 제갈량을 유기에게 보냈습니다. 유기는 제갈량에게 재차 어제 한 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답하지 않았습니다. 유기는 다락방으로 올라가서 사닥다리를 치웠습니다. 칼을 빼 들고 죽기를 각오하고 방책을 알려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제갈량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갈량에게 살아날 방도를 묻는 유기.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에게 살아날 방도를 묻는 유기. 출처=예슝(葉雄) 화백

공자는 어찌 신생과 중이의 일도 못 들으셨습니까? 신생은 안에 있었기 때문에 죽었고, 중이는 밖에 있었기 때문에 무사했소. 지금 황조가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강하에는 지키는 사람이 없는데 공자는 어찌 강하로 가서 군사를 둔치고 지키게 해달라고 말씀 올리지 않으십니까? 그렇게 하면 화는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갈량과 유비의 도움으로 유기는 3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강하로 갔습니다. 모종강은 이 부분에서 유기의 심정을 잘 표현했습니다.

‘임금의 적장자는 종묘와 사직을 받들어야 하고, 아침저녁으로 수라(水剌)의 맛을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장자는 밖에 나가 살 수가 없다.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그 자리를 계승해 들어설 수 있고, 밖으로 나가면 그 자리를 계승해 들어설 수가 없다. 그러나 유기가 제갈량에게 계책을 구한 것은 아버지의 자리를 계승하기 위함이 아니라 살아날 방도를 알기 위함이었다. 아버지의 자리에 들어서기를 바라지 않고 살아나기만 바란다면 안에 있는 것은 마땅치 않으니 마땅히 밖으로 나가 있어야 한다.’

한편, 조조는 삼공(三公)의 직책을 없애고 스스로 승상을 겸했습니다. 유비가 신야에서 날마다 군사훈련을 하는 것을 알고는 하후돈을 도독으로 삼아 10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유비를 공략하도록 했습니다. 순욱이 제갈량까지 영입한 유비를 가벼이 대적하면 안 된다고 하자 하후돈이 발끈했습니다.

유비는 쥐새끼 같은 놈입니다. 제가 기필코 잡아 오겠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을 영입한 뒤로는 스승의 예로 그를 대접했습니다. 삼고초려 때부터 불만이던 관우와 장비가 시큰둥하게 말했습니다.

제갈량은 나이도 어린데 무슨 재주와 학식이 있겠습니까? 형님은 너무 지나치게 예우하고 계십니다. 또한 그는 아무런 성과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를 얻은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 두 아우는 다시 여러 말 말라.

하후돈이 신야로 쳐들어온다는 급보가 날아왔습니다. 그러자 장비가 유비에게 말했습니다.

형님! 어째서 물에게 가라고 하지 않습니까?

지혜를 써야 할 때는 제갈량에게 의뢰해야겠지만 용기를 써야 할 때에는 마땅히 두 아우가 앞장서야 하는데 어째서 책임을 회피하려 드느냐?

관우, 장비 두 사람은 아마 나의 명령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공께서 만약 저에게 군사를 지휘하게 하시려면 검과 인수를 빌려주시기 바랍니다.

유비에게서 흔쾌히 검과 인수를 받은 제갈량은 군령을 내렸습니다. 제갈량의 예상대로 관우와 장비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유비가 나섰습니다.

어찌 ‘장막 안에서 전술 전략을 세워 천 리 밖에서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말도 못 들었느냐? 두 아우는 군령을 어기면 아니 될 것이다.   

제갈량이 화공으로 하후돈을 무찌른 박망파. 사진 허우범 작가

제갈량이 화공으로 하후돈을 무찌른 박망파. 사진 허우범 작가

관우와 장비는 일단 제갈량의 전략이 맞는지 확인해보자며 자신의 자리로 갔습니다. 하후돈은 조운의 유인책에 말려들어 박망파까지 뒤쫓아 왔습니다. 길이 좁고 수목이 무성한 길에 들어서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하후돈이 군사를 돌리려 할 때 매복해있던 유비군이 화공으로 총공격했습니다. 하후돈은 대패한 채로 달아났습니다. 관우와 장비는 그제야 제갈량의 재주와 지혜에 탄복했습니다. 이후부터 두 사람은 진심으로 제갈량을 군사(軍師)로 받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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