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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강호동도 안 통한다…이경규가 뼈 때린 '예능 생존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7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방송인 이경규는 시청률 부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유재석에게 "가장 좋은 건 폐지하는 것"이라는 뼈아픈 농담을 던졌다. 사진 MBC 유튜브

지난달 27일 방송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방송인 이경규는 시청률 부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유재석에게 "가장 좋은 건 폐지하는 것"이라는 뼈아픈 농담을 던졌다. 사진 MBC 유튜브

“(시청률이 안 나오면) 가장 좋은 건... 폐지를 해야겠죠.”

시청률 부진에 빠진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메인 출연자 유재석이 프로그램을 살릴 해법을 묻자 ‘예능 대부’ 이경규가 농담처럼 내놓은 답이었다. 2019년 7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반, 황금 시간대에 방영 중인 ‘놀면 뭐하니?’는 3월 이후 줄곧 시청률이 5% 아래를 맴돌며 고전하자, 이경규를 초대해 조언을 구하는 데 한 에피소드(지난달 27일 방송, 187회)를 할애했다.

그럼에도 지난 3일 방송분이 시청률 3%로 최저치를 찍자 고정 멤버였던 정준하·신봉선을 하차시키고, 박창훈 PD를 교체한다는 개편 방향을 6일 발표했다. 이런 결정에도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경규 말대로 그냥 폐지하는 게 답이다” “요즘 정말 전파가 아까운 예능” 등 혹평이 거세다.

그런가 하면 SBS가 10년 전 종영한 토크 예능 ‘강심장’을 야심 차게 되살린 ‘강심장 리그’ 역시 출발하자마자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강호동·이승기가 다시 뭉쳐 메인 MC를 맡고, ‘더 글로리’ 출연 배우 박지아·허동원,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박항서 등의 흥미로운 게스트를 내세웠지만, 첫 방송 이후 3회 연속 시청률이 하락해 최신 회차에선 2.2%라는 저조한 숫자를 기록했다.

유재석·강호동 나와도 2~3%…‘올드하다’ 비판

SBS는 2013년 폐지된 토크쇼 '강심장'을 10년 만에 '강심장 리그'로 부활시키며 과거처럼 강호동·이승기 두 MC를 진행자로 내세웠다. 사진 SBS

SBS는 2013년 폐지된 토크쇼 '강심장'을 10년 만에 '강심장 리그'로 부활시키며 과거처럼 강호동·이승기 두 MC를 진행자로 내세웠다. 사진 SBS

아무리 예능 트렌드가 과거와 달라졌다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예능인들을 중심으로 꾸린 지상파 프로그램이 이토록 외면받는 흐름은 방송계에 뼈아픈 현실일 수밖에 없다. TV 예능이 사랑받기 위해선 50대 이상 시청자를 잡아야 하는 동시에 젊은 층에서도 화제를 일으켜야 하는데, 그런 딜레마 속에서 영리하게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단 분석이 나온다.

‘놀면 뭐하니?’와 ‘강심장 리그’를 향한 시청자들의 비판을 요약하면 그 중심에는 ‘올드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출연진으로 장수 예능인을 내세웠을 뿐 아니라, 기획 자체가 이들에게 의존하는, 구시대적인 포맷을 답습하는 데 그친다는 평가다.

가령 한때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 혼성그룹 싹쓰리 멤버 ‘유두래곤’ 등의 ‘부캐’(부캐릭터)로 활동하며 새로운 유행을 선도한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김태호 PD가 지난해 초 MBC를 퇴사하면서 연출자가 바뀌고, 유재석 1인 체제에서 정준하·하하·신봉선·미주에 이어 이이경·박진주까지 합류한 집단 고정멤버 체제가 된 이후로는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주와 이이경의 러브라인을 부각한 최근 에피소드의 경우 ‘우리 결혼했어요’와 같은 인위적인 과거 연애 예능을 흉내낸, 철 지난 기획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SBS '강심장 리그'는 드라마 '모범택시'에 출연한 배우 심소영, '더 글로리'에 나온 배우 허동원 등을 1회 게스트로 섭외했지만, 이들은 연기나 작품에 대한 진정성 있는 주제보다 러브 스토리와 같은 가십성 이야기로 소비됐다. 사진 SBS

SBS '강심장 리그'는 드라마 '모범택시'에 출연한 배우 심소영, '더 글로리'에 나온 배우 허동원 등을 1회 게스트로 섭외했지만, 이들은 연기나 작품에 대한 진정성 있는 주제보다 러브 스토리와 같은 가십성 이야기로 소비됐다. 사진 SBS

‘강심장 리그’ 역시 기존 포맷에 ‘강호동 팀 vs 이승기 팀’이라는 대결 구도를 추가하긴 했지만, 여러 출연자가 나와 흥미를 끌 만한 소재로 이야기한다는 콘셉트 자체는 10년 전과 똑같다. 오히려 양 팀에 3명씩이나 추가된 보조진행자들은 게스트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고, 토크 소재를 유튜브 섬네일(Thumbnail, 대표 이미지)처럼 표현한 방식도 이야기를 억지스럽게 부풀리는 쪽으로 작용해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요즘 감성에 어울리지 않는다.

더는 인기 출연진의 존재만으로 프로그램이 주목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상파 제작진들 역시 알고 있지만, 과감한 변화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유튜브와 달리 TV를 주로 시청하는 연령대는 새로운 얼굴, 틀을 깨는 포맷이 낯설 수밖에 없는 50대 이상 세대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예능, 젊은 시청자와 점점 멀어져”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이경규는 "TV는 높은 연령층이 많이 본다"면서도 "입소문은 2049 시청 층이 낸다"며 젊은 세대의 평가도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 MBC 유튜브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이경규는 "TV는 높은 연령층이 많이 본다"면서도 "입소문은 2049 시청 층이 낸다"며 젊은 세대의 평가도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 MBC 유튜브

실제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TV를 주 5일 이상 이용하는 비율은 10대 25.2%, 20대 41.4%로 조사 대상의 절반에 못 미쳤던 반면, 50대 90%, 60대 96.6%, 70대 이상은 98.6%로 연령이 올라갈수록 TV 이용 빈도도 높아졌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트렌디한 예능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어느 연출자에게나 있지만, TV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높은 연령대 시청자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지상파에선 한 명의 스타를 위주로 한 기획이 성공을 거둔 과거 경험이 많다 보니, 비슷한 걸 반복해 안정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1인 크리에이터를 골라보는 등 취향이 세분화된 세대가 빠르게 자라고 있는데, 이들과 지상파 예능 간 간극은 점점 커질 것 같다”는 우려를 털어놨다.

다른 플랫폼에 비해 다양한 시도가 어려운 올드 미디어의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변화에 발맞추려는 최소한의 시도는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상파 프로그램의 경우 완전히 젊고 새로운 예능인을 파격적으로 투입하면, 50대 이상 시청자들은 이탈해버리는 등 기존 스타들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익숙한 얼굴을 기용하더라도 신예들과 섞어 새로운 관계성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예컨대 ‘지구오락실’(tvN)이 그랬듯, 익숙한 권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유명 MC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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