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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수 없는 '국민 불륜남'…차정숙 남편도 너무했다 싶던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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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거북하지 않게 드라마를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연기로 돕고 싶었어요. 나쁜 사람도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잖아요.”
지난 4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으로 연타석 홈런을 친 배우 김병철(49)의 말이다. 지난해 그가 출연한 넷플릭스 좀비 학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글로벌 시청순위 1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4일 종영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미워하기 힘든 '국민 밉상' 서인호 교수 역을 맛깔나게 보여준 배우 김병철. 사진 JTBC

지난 4일 종영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미워하기 힘든 '국민 밉상' 서인호 교수 역을 맛깔나게 보여준 배우 김병철. 사진 JTBC

‘닥터 차정숙’에서 그가 맡은 외과의사 서인호는 20년 만에 의사 꿈에 재도전한 전업주부 차정숙(엄정화)의 남편이다. 첫회 4.9%의 시청률(닐슨코리아)을 마지막회 18%까지 끌어올린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조강지처와 두 자녀를 두고, 첫사랑이었던 가정의학과 교수 최승희(명세빈)와 외도해 사생아까지 낳고, 아픈 아내에 대한 간 기증까지 꺼리는 ‘욕받이’ 캐릭터를 김병철이 코믹하게 살렸다.
그는 대학병원 차기 원장에 꼽히는 엘리트 교수지만, 남들 안 보는 데선 신바람 어깨춤을 추는 철부지 캐릭터다. 엄마한테 꼼짝 못 하는 마마보이에다, 내연녀 승희에게도 쩔쩔 맨다. 유일하게 큰소리치던 아내 정숙에게 외도가 들통나며 바닥 모르게 추락한다. 상남자의 반대말인 ‘하(下)남자’란 별명까지 생겼다.

가장 너무했다 싶었던 서인호 대사 이것

지난 4일 종영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미워하기 힘든 '국민 밉상' 서인호 교수 역을 맛깔나게 보여준 배우 김병철. 사진 JTBC

지난 4일 종영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미워하기 힘든 '국민 밉상' 서인호 교수 역을 맛깔나게 보여준 배우 김병철. 사진 JTBC

지난달 30일 만난 김병철은 “서인호를 두고 ‘귀엽다’는 반응까진 예상 못 했다”고 말했다. “(서인호는) 웃기지만 나쁜 면이 있다”면서 인호가 응급실에 실려 간 정숙의 전화에 “꼭 가야 하나”고 말할 때, 그리고 정숙에게 장애인 등록하고 주차증을 받아오라고 말한 대목에선 “연기지만 그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 했다.
그는 또 "26년 넘게 그런 (내연) 관계를 유지한 서인호는 우유부단한 인물이지만, 누구와 있든 최선을 다하는 면 때문에 그를 미워하기 힘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불륜이긴 하지만 승희와 있을 땐 선물도 사주고 최선을 다하죠. 정숙한테도 남편의 의무를 다하려 노력해요. 아내를 무시하고 아이들한테 강압적인 것도 인호 입장에선 자기가 생각하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니까, 그런 모습을 시청자들이 부정적이지만은 않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시청률 18% 종영 JTBC '닥터 차정숙' #미워할 수 없는 '하남자' 배우 김병철

파국이·하남자…미워하기 힘든 악역 전문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흥행 공신으로 꼽히는 배우 김병철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에일리언컴퍼니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흥행 공신으로 꼽히는 배우 김병철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에일리언컴퍼니

전형적인 조연이나 악역을 맛깔나게 살리는 건 그의 장기다. 특히 체면을 중시하고 야욕을 드러내지만, 어딘가 모자란 면이 들통나며 무너지는 게 김병철의 캐릭터 공식이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황산벌’(2003)로 데뷔한 후 오랜 무명을 끊어낸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속 대대장 박병수가 그 출발점이다. 성격 급한 기분파인 탓에 부대원들로부터 신임을 못 얻는 그는 극중 송혜교의 대사 ‘우럭 대대장’이 그대로 애칭이 되어 김병철을 각인시켰다. 이어 김은숙 작가의 후속작 ‘도깨비’(2016~2017, tvN)에선 900년간 구천을 떠도는 악귀가 됐다. 백발 산발에 검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목을 꺾는 강렬한 연기와 함께 “파국이다”란 대사가 유행어가 됐다.
드라마 속 세상이 그의 뜻대로 되지 않을수록 재미는 배가 됐다. 첫 드라마 주연작 ‘닥터 프리즈너’(2019, KBS2)의 선민식은 늘 당하기 일쑤인 악인이었고, ‘쌉니다 천리마마트’(2019, tvN)에서 맡은 정복동은 자신을 마트 사장으로 좌천시킨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시도가 외려 마트를 회생시키게 되는 캐릭터였다. 해바라기꽃 탈을 쓴 모습 등 코믹한 명장면을 다수 만들어냈다.
과열된 입시교육을 꼬집어 23%대 시청률을 기록한 JTBC 드라마 ‘SKY캐슬’(2018~2019)에선 우스꽝스러운 가부장적 엘리트 차민혁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조연상을 받았다.

"실제론 미혼, 30년 부부 호흡 가장 어려웠죠"  

‘태양의 후예’, ‘SKY캐슬’과 함께 ‘닥터 차정숙’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김병철은 “서인호는 드라마 속 이야기의 많은 부분에 관여하는 역할이어서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면서 “서인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저한테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런 감동과 감사함이 다음 작품에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 아버지 역을 도맡아온 그는 실제론 미혼이다. 그래서 ‘닥터 차정숙’에서 30년차 부부 연기에 가장 애를 먹었단다.
“그런 경험이 없는 데다 엄정화라는 유명 배우가 낯설기도 했죠. 어색하지 않기 위해 ‘누나’란 호칭도 제가 먼저 제안하고, ‘누나, 밥 먹었어? 오늘 어땠어?’라고 말을 건네는 등 친근하게 호흡을 맞춰간 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13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엄정화(왼쪽)와 김병철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엄정화(왼쪽)와 김병철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차 가정을 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소통’을 꼽았다. “배우로서 어려웠던 시절이 꽤 길었는데 아버지가 ‘그만 해라’라거나 ‘이 정도 했으면 됐잖아’ 하시지 않고 묵묵히 지원해주셨다”면서 “아이가 생긴다면 소통하려고 계속 노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와도 안 맞는 부분이 생길 텐데 격렬하게 싸우고 나면 제 성향상 그 관계에 대한 회의를 가질 것 같아요. 그런 순간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가 정말 중요하겠죠. 솔직히 막상 닥쳤을 때 어떻게 될지 좀 자신은 없지만요. 아직 저한텐 좀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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