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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인어공주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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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1989)는 주제가 ‘언더 더 씨’와 함께 붉은 머리칼의 백인 인어공주가 큰 인기를 끌었다. 장난꾸러기 ‘에리얼’은 안데르센 동화 속 주인공을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시켰다. 최근 디즈니가 실사판 리메이크작 주인공에 흑인 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를 캐스팅하자 일부 극성팬들이 “나의 에리얼을 돌려달라”며 반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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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성적은 예상보다 양호하다. 지난 26일 북미 개봉 첫 주말 나흘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극장 매출 1억1750만 달러(약 1560억원)를 기록했다. 일부 온라인의 평점 테러에도 영화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 나타난 대중 평가는 100% 만점에 95%에 달했다. 어린이 동반 가족 관객이 달라진 피부색을 자연스레 받아들인 분위기다. 베일리의 귀를 사로잡는 보컬도 매혹적이다.

그런데 디즈니의 도전을 반겼던 글로벌 언론과 전문가 평점은 영화를 본 뒤 68%까지 곤두박질쳤다. 베일리의 가창력을 빼면 바닷속 컴퓨터그래픽(CG)도, 스토리도 정제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등장인물의 인종을 바꾸면서 발생한 의문점도 슬쩍 넘어갔다. 에리얼의 상대역인 백인 왕자 에릭이 흑인 여왕의 입양아라는 설명도 있지만 바다왕국의 왕 트라이튼이 막내딸 에리얼을 비롯해 백인·황인 등 피부색이 각기 다른 딸을 둔 배경은 밝히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보러 간 부모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 만하다. 보이콧 세력 사이에선 억지로 인종을 바꾼 탓이란 주장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디즈니의 다양성을 지지한 목소리가 무색해진다. 정치적 올바름(PC)도 좋지만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