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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한 끝 차이’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나 팀의 경기를 보며 마음을 졸여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응원하는 팀이 이길 듯 말 듯 애태우다 질 때가 있다. 이럴 때 “한 끗 차이로 져서 너무 아쉽다”고 말하곤 한다. 이처럼 ‘한 끗 차이’는 아슬아슬한 차이를 나타낼 때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이를 막상 글로 적으면 ‘한 끝 차이’로 쓰는 사람이 많다.

‘한 끗 차이’를 ‘한 끝 차이’로 잘못 적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끗’이라는 단어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끗’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 생각된다.

‘끗’은 화투나 투전과 같은 노름 등에서 셈을 치는 점수를 나타내는 단위를 뜻한다. 즉 ‘끗’은 화투를 친 뒤 점수를 계산할 때 ‘한 끗, 두 끗, 세 끗…’과 같이 셈을 하기 위한 단위라 할 수 있다.

‘끗’이 점수를 세는 단위이므로 ‘한 끗 차이’는 승부를 가르는 점수 차이가 단 1점밖에 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매우 아쉬운 상황이나 아주 적은 차이를 나타낼 때 습관적으로 ‘한 끗 차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이다.

비슷한 현상은 “끗발 좋다”는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끗발 좋다” 대신 “끝발 좋다”고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역시 ‘끗’과 ‘끝’을 구분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 할 수 있다. ‘끗발’은 “끗발이 좋아야 돈을 따지”에서와 같이 노름 등에서 좋은 끗수가 잇따라 나오는 기세를 의미한다. “저 사람은 우리 회사에서 끗발이 좋은 사람이다” “그는 끗발이 대단하다” 등에서와 같이 ‘끗발’은 아주 당당한 권세나 기세로 의미가 확장돼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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