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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끼리 전파 늘어 발등의 불|세계 에이즈 날에 본 실태와 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세계 에이즈의 날 (1일)을 계기로 「현대의 흑사병」 에이즈 퇴치문제에 세계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신 의학기술이 총 동원되어도 아직 예방 및 치료약품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에이즈 실태와 대책을 알아본다.
세계 현황=81년 미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매년 전년도 발생의 1.5∼2배씩 환자가 늘어 올 10월말 현재 1백58개국에 29만8천9백28명 (WHO 역학주보)의 환자가 보고돼있으며 실제 환자는 1백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이즈 환자발생은 95년에 2백50만 명, 2000년엔 6백20만 명 이상으로 급증할 추세다.
이와 함께 현재 8백만∼1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에이즈 감염자도 2000년까지 1천5백만∼2천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으나 아시아·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 지역의 확산속도로 보아 이 예측치도 상향 수정되어야 할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특히 90년대에는 여자와 어린이 3백만 명이 에이즈로 사망하고, 부모의 사망에 따라 1천 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고아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돼 충격을 주고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현재 추정되는 감염자 가운데 3분의1 이상인 3백만 명이 여성일 것으로 보고 올해와 내년·2년간 여성 20만명을 포함한 50만 명이 에이즈 환자로 발전하는데 이어 92년 말엔 모두 60만명 이상의 여성 에이즈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WHO는 특히 2000년께부터는 남녀간의 에이즈 발생 숫자가 거의 비슷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실태=85년 말 국내에 첫 에이즈 감염자가 발생한 뒤 올 11월말까지 여성 19명을 포함, 1백19명(환자 7명 포함)의 감염자가 확인됐으나 숨겨진 감염 자를 감안할 경우 실제로는 2백∼3백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이즈 감염자는 85년 1명 발생 이후 해마다 2배 이상씩 증가해 86년 5명, 87년 14명, 88년 36명, 89년 73명으로 늘어났으며 올 들어서도 46명이 새로 확인됐다.
이 같은 증가 추세에서 가장 특기해야 할 점은 종전의 「해외 유입형」이 「내국인간 전파형」으로 감염 경로가 바뀌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내 감염자의 감염 경로는 ▲해외 성 접촉 58명 ▲국내 외국인 접촉 14명 ▲내국인간 성 접촉 39명 ▲혈액 8명 등이며, 올 들어 발생한 46명은 ▲해외 성 접촉 22명 ▲국내 외국인 접촉 1명 ▲내국인간 성 접촉 23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감염 자 37명의 감염경로(해외 성 접촉 21명, 내국인간 성 접촉 11명, 국내 외국인 접촉 2명, 해외 수혈 2명, 국내 수혈 1명)와 비교할 때 내국인간 성 접촉에 의한 에이즈 감염이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감염 경로의 변화는 주한 미군에 대한 에이즈 관리 강화로 88년 8월 이후 특수업태부의 감염이 발견되지 않고 외항선원 등 해외 취업자의 감염도 점차 감소추세에 있는 반면 불건전한 성 접촉·동성연애 등 내국인간의 접촉을 통한 감염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마약 사용자의 정맥주사 등 혈액을 통한 감염이 많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에이즈 감염은 93%가 성 접촉에 의해 이뤄지고 혈액에 의한 감염은 8명 (해외 수혈 7명, 국내 수혈 1명)에 불과하다. 모성에 의한 신생아 감염은 아직 국내에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한편 에이즈 감염자 증가와 함께 환자로 발전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보사부는 현재까지의 환자는 7명(6명은 사망) 이나 92년까지는 30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전 세계에 보고된 에이즈 환자는 지난해 말 (1백52개국 20만3천5백99명) 에 비해 환자 발생 국이 6개국 늘었고 환자수도 46.8%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미국 (14만9천4백 명) 을 비롯한 5백 명 이상 환자 발생국도 지난해 29개국에서 38개국으로 늘었으며 아프리카 지역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책=국내 에이즈감염의 대부분이 불건전한 성 접촉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감염자의 84% (1백 명)가 남성이고 이중 76% (81명)가 20∼30대라는 점으로도 쉽게 드러난다.
특히 지난달엔 변태·퇴폐 행위의 온상으로 지탄받아온 카페 여 종업원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돼 큰 충격을 주었었다.
또 동성연애에 의한 에이즈 감염이 내국인간의 접촉 9명, 국내 외국인 접촉 2명 등 11명으로 확인돼 이들이 에이즈 전파의 위험집단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내의 에이즈 대책은 동성연애 및 변태·퇴폐 업소에서의 감염 차단과 건전한 성생활을 위한 홍보·계몽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에이즈 전파 경로는 성 접촉·혈액·태아수직 감염 등 3가지뿐이므로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 경로의 대부분이 성 접촉에 의한 것이므로 건전한 성생활을 영위할 때 에이즈 확산은 현 수준에서 멈출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 국이 가장 확실한 에이즈 예방을 위해 콘돔 사용을 홍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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