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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서해 건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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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2일 경기도 용인의 테마파크 에버랜드. 사무실과 현장 곳곳에 흩어진 중국인 30여명이 저마다 뭔가 열심히 적으며 익히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발권과 안전점검 등 시스템 관련 업무에서부터 입장객 안내, 음식 서빙, 서비스 교육까지 꼼꼼히 눈여겨 보고 메모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내년 1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 개장되는 테마파크 '플로라 랜드(國色天香)'에서 온 직원들. 다음달 초까지 한 달간 에버랜드의 운영.서비스.공연.마케팅.환경안전 등을 익히고 본국으로 돌아가 개장 준비를 할 핵심요원들이다. 플로라랜드 운영부의 랜하이옌(廉海燕.24) 서비스 강사는 "모든 손님에게 손을 돌려 인사하며 밝게 웃는 건 우리나라 테마파크에선 볼 수 없는 것이어서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의 '차이나 드림'이 여물고 있다. 개장 30년 만에 연간 입장객 800만명 수준의 세계적 테마파크로 성장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 테마파크 운영 컨설팅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올초에는 다롄(大連)의 중국 내 최대 테마파크 파셴왕궈(發現王國)와 컨설팅 계약을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쓰촨성의 부동산 업체 즈신(置信)그룹이 청두에 짓는 플로라랜드와도 손잡았다. 플로라랜드와는 600억원 규모의 1기 사업에 이어 총 2400억원이 들어가는 2기 공사의 컨설팅 계약을 마쳤다.

삼성에버랜드가 중국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테마파크 시장이 급속히 커지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중국 각 성에서는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가족 중심의 놀이문화가 보급되면서 앞다퉈 대규모 테마파크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올해 이룬 두 건의 계약 외에도 여러 건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중화권에서 에버랜드의 명성은 꽤 널리 퍼져있다. 올해 에버랜드에는 45만 정도의 외국인 관광객이 다녀갈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60% 이상이 중국.대만 등 중화권 출신이다. 같은 동양권이라서 훈수를 두기가 편한 점도 있다. 에버랜드의 중국 사업을 소개한 홍콩의 문회보는 "에버랜드가 동아시아 테마파크 시장에서 호평받는 것은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세계 최대 테마파크 업체인 디즈니가 아시아 시장에 직접투자만 할 뿐 컨설팅이나 업무제휴를 하지 않는 것도 에버랜드에겐 기회가 된다"고 평했다.

박노빈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중국에 테마파크 컨설팅을 제공하는 건 한국의 지식과 문화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4억 중국인에 한국적인 놀이문화를 전파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앞선 운영 노하우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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