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중국 베이징시 장지푸 투자촉진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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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팠던 시절에는 외자(外資)라면 가리지 않고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투자의 질'을 따져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다고 봅니다."

중국 베이징시 장지푸(張吉福.42.사진) 투자촉진국장은 외국 자본을 바라보는 확연히 달라진 중국의 시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베이징시 투자 설명 및 상담회'에 참석한 장 국장을 본지가 인터뷰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중국 측의 속내, 베이징시의 중점 투자유치 분야, 기업 환경 변화 등에 대한 견해를 들려줬다. 장 국장은 외자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이 달라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했다. 즉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외국 자본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가 많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달갑지 않은 투자에 대해 중국 정부는 세금과 땅값 인상을 통해 낙후된 지역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장 국장은 "여전히 외국 투자에 목마른 분야가 베이징엔 아직 많다"면서 금융.정보기술(IT).생명공학(BT).애니메이션.유통 업종을 예로 들었다. 베이징은 아태지역 본부와 연구개발(R&D) 센터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들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여러 부처를 돌아다니지 않도록 원스톱(one stop) 상담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특히 한국 기업엔 "우리은행과 업무 제휴를 통해 별도의 투자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자동차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 측으로부터 기술 이전 압력을 심하게 받아 투자를 주저한다는 시각에 대해 장 국장은 일본 기업의 경험을 예로 들며 반박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기술 이전을 우려해 시장 진입 초기에 소극적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독일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독식하게 됐죠." 장 국장은 "갈수록 시장이 기술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좋은 기술은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외면하고선 큰돈 벌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만의 잔치일까. 장 국장은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한국으로부터 경기장 운영과 사후 시설 활용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며 "한국 기업들에 사업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투자 위험이 커져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려는 기업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임금과 땅값이 올랐지만 한 달에 단돈 1000위안(약 13만원)을 받고 일하겠다고 수백만 명의 대졸자가 줄 선 곳은 중국뿐"이라고 반박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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