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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광객 급증 양양, 인구 70만 제주 탐구하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42호 30면

국가 소멸 위기감 속 점점 심각해지는 지역 소멸 우려

면사무소는 출생 신고 헤맬 정도…의사 확보도 힘들어

‘생활인구’ 늘려 활기 찾고 예산 지원은 ‘선택과 집중’을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1960년대 6명이 넘었던 한국의 출산율은 2018년엔 1명 선이 무너지더니 0.78명까지 추락했다. 그 하락 속도 역시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가 소멸’ 시나리오는 과장이 아니다. 특히 지방의 소멸이 심각하다. 출산율 자체는 수도권이 오히려 낮은데도 지방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2016년 1300만 명을 넘어선 경기도 인구가 지난 4월 말 기준 1400만 명을 돌파한 데서 수도권 쏠림 현상을 절감한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인한 지역의 위기 상황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면사무소 직원들이 경험 부족으로 출생 신고 처리에 우왕좌왕한다. 교육과 의료 인프라도 심각하다. 지역마다 폐교가 느는데 후속 관리도 안 돼 쓰레기가 쌓이고 수풀이 무성한 채 방치돼있다. 의료기관에선 연봉 3억~4억원을 걸고서야 간신히 의사를 구했다. 인구가 줄어 교육·의료 환경이 악화하고 이 때문에 대도시로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2031년까지 매년 1조원씩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지원 사업이 적지 않다. 무작정 예산을 투입하기에 앞서 지역 위기를 극복해온 선진국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빈집특별법을 만들어 지역 폐가 문제에 대처한 일본이 대표적이다.

발상의 전환도 중요하다. 주민등록상 인구뿐 아니라 ‘생활 인구’ 개념을 정책에 반영한 변화는 바람직하다. 고속철도가 전국을 연결하고, 주소는 서울에 두고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부지기수인 상황에 주소만을 기준으로 정책을 펴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

관광을 위해 지역을 찾는 사람이 늘면 상권이 살아나고 순차적으로 인구도 증가한다는 사실은 서핑 명소로 자리매김한 강원도 양양의 사례가 입증한다. 1만 명 수준을 맴돌던 관광객이 매년 늘어 지난해 190만 명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2017년 말 2만 7207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말 2만 7866명으로 2.4%(659명) 증가했다. “지자체들이 주민등록만이 아니라 실제 활동하는 사람들의 시간의 총량에 맞춰 교부세나 각종 인프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지역 인구위기를 보는 관점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조영태 서울대 교수)이라는 분석에 공감한다.

영어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고 올레길·오름 같은 관광 자원을 부각한 제주도는 2013년에 인구 6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9월 70만 명을 돌파했다. ‘한 달 살이’를 위해 제주를 찾는 사람이 최근 1년간 3만 5000명에 이르고 이중 상당수가 젊은 층이라는 조사 결과는 생활인구를 늘리는 노력이 인구 증가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애니메이션 ‘엄마까투리’로 경북 안동을 알린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이종수 원장은 “지역 특성을 살린 콘텐트를 성공시키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하는데, 일회성 제작 지원이 많다 보니 투입 예산에 비해 효과를 못 내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한다.

지역 소멸 위기는 단기간 투자로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창의적 시도로 지역의 생활 인구를 늘리고 거주 인구 증가로 이어간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나눠주기식 예산 배분보다 발상의 전환을 이룬 지역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 회생이 국가 소멸 위기 극복의 선행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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