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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오지여행 고산 … 신의 동네 히말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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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가 내 삶을 바꾸었죠."

백경훈(49.시인) 씨는 '히말라야 매니어'다.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천길 낭떠러지에 매달리는 '산악인'은 아니다. 오히려 광고 회사에 다니며 짬이 날 때마다 여행을 즐겼던 '보통 사람'이다. 그는 지금껏 일곱 번이나 히말라야를 찾았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히말라야로 가라"로 권한다. 유럽이나 북미 등 여행 명소를 줄줄이 훑었던 그가 히말라야를 '넘버 원'으로 꼽는 이유가 뭘까.

"히말라야에 사는 소녀의 순박한 눈동자를 본 적이 있나요? 그순간, 내 안이 송두리째 세척되는 느낌이었죠. '세상에 저런 눈도 있구나' 싶었으니까요." 이유는 또 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이다. "저렇게 가짐 없이 살 수도 있구나. 저런 미니멀한 삶도 가능하구나."

10년 전만 해도 히말라야는 '머나먼 땅'이었다. 일부 산악인을 빼곤 네팔을 찾는 이도 거의 없었다. 당시 그는 유명 광고회사 제작국장이었다. "우연히 광고 자료를 챙기다 히말라야 풍경을 봤죠. 홀딱 반했어요." 국장급으로선 전례없는 9일짜리 '장기 휴가'를 신청했다. 회사에 소문이 쫙 퍼졌다. "얼굴을 모르던 총무부 여직원까지 달려와 묻더군요. '왜 네팔에 가세요? 못 돌아 오시면 어떻해요?' 그땐 히말라야가 그런 곳이었죠."

우기가 끝난 9월, 결국 그는 네팔행 비행기를 탔다. 태국 방콕을 경유해 네팔로 가던 참이었다. 갑자기 승객들이 웅성댔다. "졸다가 깼어요. 반대편 창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더군요." 그도 가서 고개를 쭉 내밀었다.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하얀 섬이 하늘에 떠있더군요. 구름 위로 말이죠." 그게 바로 히말라야였다. 해발 8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비행기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속으로 외쳤다. "됐어. 이걸로도 충분해. 이젠 길바닥에서 자는 한이 있어도 좋아."

수도인 카트만두에선 히말라야가 멀찌감치 보였다. 그래서 포카라로 향했다. 포카라는 히말라야의 코앞에 위치한 조그만 호수 마을이다. 그래도 네팔에선 둘째로 큰 도시다.

"일정이 짧은 여행객들이 히말라야를 경험하기엔 포카라가 제격이죠. 해발 1600~1700m까지 택시가 올라가거든요. 거기서 200~300m 정도만 남산 올라가듯이 트래킹을 하면 '사랑곶'이란 산에 오를 수 있죠." 히말라야에선 야산, 그래도 해발 1900m짜리 설산이다. 여행객들이 히말라야의 품에 들기엔 충분하다.

사랑곶, 거기서 그는 히말라야에 압도됐다. "히말라야, 그건 하나의 신이었어요. 거대한 물신(物神) 말이죠." 거기서 하룻밤을 잤다. 그는 그 밤을 잊지 못한다. "가이드가 손을 쭉 뻗더군요. 봤더니 보름달이 둥그렇게 떴어요. 그 아래 히말라야 설산이 서 있었죠. 내 안의 모든 걸 들킨 기분이었죠. 그냥 눈물이 줄줄 흐르더군요. 그건 다른 차원의 세상이었죠." 달이 엮어낸 공간 속에는 삶도 있었고, 죽음도 있었다.

돌아온 뒤에도 그는 '상사병'을 앓았다. 히말라야에 대한 그리움, 그건 중독이 아니라 본능이 돼버렸다. 이후 그는 틈날 때마다 히말라야를 찾았다. 최근에는 히말라야의 옛왕국인 네팔 무스탕을 다녀와 '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호미.1만8000원)란 책도 냈다.

백성호 기자

알고 가세요

■고산지대 여행시 필수품=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긴팔 옷을 챙겨야 한다. 초원이나 비포장 도로가 많아 샌들보다 운동화나 등산화가 편하다. 보온성이 높은 폴라폴리스 소재 재킷이나 찬바람을 막는 고어텍스 계열의 윈드스토퍼를 입는 것도 좋다. 고산 지대는 자외선이 강해 선글라스와 선블록 크림은 필수다.

■한국말 하는 가이드 구하기=네팔을 여행할 땐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공항을 나서면 현지인 가이드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이들 중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현지인 가이드를 어렵잖게 구할 수 있다. 숙소에 들어가 주인에게 부탁하면 된다. 외국인 노동자로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는 네팔인 가이드들이 꽤 있다. 가이드 비용은 숙식을 포함해 하루 500루피(약 8000원) 정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좀 난다.

■네팔 곳곳에 인터넷숍=여행객들은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 다음으로 인터넷 사용이 편리한 곳이 네팔"이라고 말한다. 여행객이 많아 곳곳에 '인터넷숍(PC방)'이 들어서 있다. 여기서 국제전화도 이용할 수 있다. 해발 3000m의 고산 지대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꽤 된다. 위성을 이용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네팔, 안전해요=네팔은 종교적 영향이 강하다. 현지인에게 종교는 삶이고, 삶이 곧 종교다. 여행객들에겐 상당히 안전한 곳이다. 다만 수도 카트만두는 외지인이 많아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트레킹 중 네팔 반군인 마오이스트들을 만날 수도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기부를 요구한다. 500루피(약 8000원)를 주면 영수증을 써준다. 트래킹 도중 다른 반군을 만나도 영수증을 보여주면 더 요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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