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리<서울 대신동>|조광식씨<LG 야구단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체중이 너무 나가십니다. 좀 줄이셔야 합니다. 혹시 음식 잘한다고 소문난 집을 골라 다 니며 음식을 들진 않습니까. 단골 음식 집 많은 분 치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 못 보았습니다.』
최근 종합 신체검진을 끝낸 뒤 상담을 맡은 의사가 나에게 한 얘기다.
오래 전부터 나름대로 체중 줄이기 작전을 펴고 있지만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아침밥은 간단히, 점심은 적당히, 저녁은 가볍게…. 또 가능하면 새로운 음식 단골집을 만들지 말고 기왕의 단골도 서서히 멀리하자면서 몸부림(?)치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주일에 한두 차례는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 있다. 깔끔한 개성식 상차림으로 구미를 돋우는 곳이다.
옛 어른들이『음식은 아무거나 가리지 말고 잘 먹어야 복을 받는다』고 했지만 음식은 뭐니뭐니 해도 정갈하고 볼품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요구에 딱 맞는 정갈하고 맛깔스럽고 볼품 있는 상차림을 자랑으로 삼는 곳이「마리」(313-7799)라는 옥 호를 가진 한식 전문 집이다.
전문 집이라 해도 한 상 그득 이것저것 담아 올리는 한 정식 집이 아니고 떡 만두와 비빔밥, 그리고 몇 가지 일품 접시를 주메뉴로 하는 곳이다.
서대문에서 금화터널을 지나 연세대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이대후문 맞은편 큰길가에 보일 듯 말 듯한 간판을 달고 있는 2층집이 바로 그 집이다.
「마리」의 자랑은 순 개성 식 떡 만두 국과 비빔밥.
양지머리 고기를 곤 국물에 만두와 눈사람 모양의 자그마한 떡(조랑 떡이라 부른다)을 넣고 위에 고명을 얹은 이 음식의 정식 명칭은「조랑 떡 만두 국」.
한 수저에 두세 알씩 떠지는 조랑 떡의 쫄깃한 감촉이 상큼한 만두 속 내 음과 어울릴 때의 입맛은 좀처럼 글로 표현할 길이 없다.
값은 3천5백원.
참기름(진짜)을 아끼지 않고 써서 만든다는 궁중비빔밥은 조랑 떡 만두국보다 5백원 비싼 4천 원. 기름에 살짝 볶아 곁들인 표고버섯과 오이채에서 풍기는 배릿한 맛이 특 미다. 게다가 녹두만으로 만든 자그마한 빈대떡, 탕평채라고 불리는 총포묵 무침, 사태 살만을 삶아 내는 편육은 조랑 떡 만두 국이나 비빔밥이 나오기 전에 식욕 돋우기로 먹을 수 있어 제격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