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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2시간 여 앞두고 취소…“제어컴퓨터 통신 이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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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3차 발사가 연기됐다. 발사 2시간여 앞두고 발사 제어컴퓨터와 설비 제어컴퓨터 간 통신에 기술적 문제가 확인되면서다. 정부는 발사체 문제가 아닌 통신 문제인 만큼 조속히 발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밸브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SW) 문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24일 오후 4시10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연료에 불이 붙게 하는 산화제를 공급하는 밸브 제어 과정에서 발사 제어컴퓨터와 발사대 설비 제어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생했다”며 예정된 발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가 기술적 결함으로 연기된 24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기립돼 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누리호 3차 발사 준비 과정 중 저온 헬륨을 공급하는 밸브 제어 과정에서 발사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를 제어하는 통신에 이상이 발생했다"며 3차 발사 취소 소식을 알렸다. 뉴스1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가 기술적 결함으로 연기된 24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기립돼 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누리호 3차 발사 준비 과정 중 저온 헬륨을 공급하는 밸브 제어 과정에서 발사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를 제어하는 통신에 이상이 발생했다"며 3차 발사 취소 소식을 알렸다. 뉴스1

이어 “오후 3시경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공급 장치를 분리할 수 있게 압력을 빼는 해압 밸브는 문제 없어 수동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발사 자동 운용(PLO)’ 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발사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발사체의 기립 상태를 유지한 채 오늘 중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압밸브’ 이상…“1·2차 발사 땐 문제없어”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발사체 추진 기관 구성품 점검 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해 작업을 중단했다”며 “산화제와 충전제 등은 아직 주입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기부와 항우연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발사대 SW 이상으로 발사 프로세스가 1시간 이상 지체됐다”고 말했다.

이날 누리호 발사의 발목을 잡은 건 해압 밸브다. 누리호 안에는 산화제를 냉각하기 위해 영하 180도의 헬륨을 충전하는 탱크가 있는데 해압 밸브는 외부에서 발사체로 헬륨을 공급한 뒤 공급 장치를 분리하도록 압력을 빼준다. 고 본부장은 “1·2차 발사와 동일한 SW를 썼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문제”라며 “밸브를 자동으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수동으로 밸브를 동작했더니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발사 준비는 순조롭게 이뤄졌다. 전날 오전 조립동에서 발사대 이송을 마쳤으며 기립 후 발사체에 전원과 연료·산화제 공급을 위한 엄빌리컬타워에도 연결됐다. 발사 당일 낮 12시24분 발사 운용 절차를 시작해 오후 1시30분 발사관리위원회 3차 회의를 열고 발사 시간을 오후 6시24분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1시간30분 뒤쯤 이상이 감지됐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오후 3시35분 발사관리위를 열고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자세한 원인을 파악 중이며 구체적 상황을 확인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장이 24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3차 발사 취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장이 24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3차 발사 취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문제 해결 땐 25일 오후 6시24분 발사

이날 오후나 25일 오전 중 원인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음 발사 시간은 25일 오후 6시24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항우연은 애초 이날 발사가 무산되면 25~31일 일주일간을 발사 예비일로 정해 준비하고 있었다. 앞서 항우연은 탑재 위성의 임무 궤도 투입 시간을 고려해 발사 시간을 오후 6시24분으로 정한 바 있다.

항우연은 누리호가 현재 기립 상태를 일주일가량 유지해도 큰 영향이 없고, 이미 탑재한 위성 8기에도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겨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최대한 문제 원인을 살펴 25일 오전 중 좋은 결과가 나오면 발사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1년 누리호 1차 발사 땐 3단 엔진의 연소가 조기에 종료돼 위성모사체가 목표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바 있다.

날씨 때문에 발사 일정이 조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2차 발사 땐 당초 예정일이 6월 15일이었으나 발사 전날 강풍 때문에 한 차례 연기됐고, 이튿날도 산화제 탱크의 충전량을 측정하는 레벨 센서에 이상으로 발사 절차가 중단됐다. 결국 예정보다 엿새 늦은 6월 21일 발사했고, 성능검증 위성과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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