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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싫은 이유(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에 「모티베이터」라는 직업이 있다. 글자 그대로 「동기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기업체 같은 곳에서 결근하는 사람이 많거나,제품의 결함률이 늘어날 때 모티베이터를 불러 상담도 하고,얘기도 듣는다.
이 사람은 경영 컨설턴트의 능력도 갖고 있고,산업심리학에도 밝다. 심지어 가정불화 문제에도 일가견이 있다. 미국 같은 산업사회에서는 있을 법한 직업이다. 하긴 일본에서도 그런 일을 하는 전문인들이 바쁘게 불려다닌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모르겠다. 요즘 한국노동문제연구소의 어느 학자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3명 중 한 사람이 근로의 의욕이 없다는 호소를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85%의 근로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다른 직업으로 옮겨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기업풍토가 이 모양이 되면 기술축적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불량품이 쏟아져나오게 마련이다. 기술과 생산성의 향상은 더 말할 것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산업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데 문제는 심각하다. 전장에서 싸우는 병사들이 전투할 의욕이 없고,기회만 있으면 어디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전투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와 똑같은 경우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많은 근로자들은 물가불안과 사회 전반의 투기심리를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투기라면 우리는 부동산투기를 생각하겠지만 그것이 투기의 전부는 아니다.
사회의 부정·부패현상도 일종의 투기다.
권력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치부와 사치를 일삼고,기업은 제 할일은 접어두고 부동산투기로나 돈을 벌고,사람들은 땀의 의미보다는 요령과 배경으로 돈을 벌려고 하며,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에겐 잘사는 기회가 없다면 일할 의욕이 생길 까닭이 없다.
물가불안은 인플레를 말하는데,이것은 모든 사람의 기를 꺾는다. 아무리 월급이 올라도 소용이 없지 않은가.
우리 사회에 모티베이터가 필요하다면 그 사람은 바로 집권자이며 정치인들과 정책의 입안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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