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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달 알바 딱 걸린 김과장 "뭐 어때"…대기업 칼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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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재계 2위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근무기강 확립에 나섰다. 코로나19 기간 중 재택근무를 거치며 흐트러진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2일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계열 A사는 최근 20명에 가까운 임직원에 대해 해고 및 면직 등 중징계를 내렸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출장을 간다고 보고한 뒤 곧바로 퇴근하는 등 복무규정을 어긴 데 따른 조치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 아르바이트 등 부업은 기본이라고 할 정도로 일부 직원의 근무기강이 해이해져 있었다”며 “‘그룹 구성원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대응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근 중인 직장인들의 모습. [중앙포토]

출근 중인 직장인들의 모습. [중앙포토]

또 다른 계열사인 B사도 최근 10여 명의 임직원에게 중징계 조치를 했다. 이 회사에선 코로나19 재택근무 기간 중 근무시간을 활용해 ‘딴짓’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업무시간 중 대학원 수업을 수강하는 건 그나마 애교로 봐줄 정도였다. 업무시간에 골프를 치거나,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사례도 꽤 있었다고 한다.

에너지 관련 C사에서는 직원들이 대놓고 일과 중 부업을 하다가 적발됐다. 배달업체의 라이더로 근무한 경우도 있었다. 적발에 걸린 이들 중 일부는 감사 담당 직원 등에게 “(투잡을 하는 것과 관련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해 관계들이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SK 주요 계열사들은 관련 적발 사례를 공유하며 근무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성희롱 관련 시비를 차단하는 것도 근무기강 잡기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 대부분은 직장 내 성희롱 관련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마찬가지다. 노래방 같은 곳에서는 아예 법인카드 사용이 차단돼 있다.

해외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SK온은 미국 조지아 등 해외 사업장이 크게 늘면서 외국어를 지원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한 윤리 경영을 확대 중이다.

SK그룹 등이 코로나 재택이 끝나면서 근무 기강 잡기에 나섰다. 코로나 재택으로 느슨해진 직장 분위기를 다잡자는 취지다. 지난해 5월 여의도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SK그룹 등이 코로나 재택이 끝나면서 근무 기강 잡기에 나섰다. 코로나 재택으로 느슨해진 직장 분위기를 다잡자는 취지다. 지난해 5월 여의도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재계에선 경기 침체와 맞물려 SK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으로 근무기강 다잡기가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최근 100억원대 배임 혐의로 전·현직 임직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KAI 관계자는 “사건을 인지한 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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