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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텃밭 유럽시장…2년내 중국에 빼앗기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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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앞으로 2년 이내에 유럽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 역전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앙일보가 18일 글로벌 자원 전문 컨설팅 기업인 우드매킨지의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 최근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2020년만 해도 K-배터리 업체들은 유럽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한 절대 강자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16.5기가와트시(GWh)인 K-배터리 업체들의 유럽 현지 생산 능력은 2025년 202.5GWh로 증가한다. 하지만 중국은 같은 기간 96→264GWh로 3배 가까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배터리의 경우 생산(공급)과 소비(수요)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경쟁국의 공급량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시장에서 밀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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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직 2025년 이후 구체적인 유럽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K-배터리 업체들과 달리, 중국은 2030년까지 456GWh로 생산 능력을 키우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중국의 생산 능력은 현재의 4.75배가 된다.

유럽은 미국 시장과 함께 글로벌 최대 격전지다. 우드매킨지는 2030년 무렵 유럽이 전체 전기차 배터리 소비의 25%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40%), 미국(28%)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유럽연합(EU)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도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ATL은 지난해 8월 헝가리 데브레첸에 73억 유로를 투자해 연산 100GWh 규모의 생산 거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CALB도 독일에 20GWh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BYD는 올 1월 포드가 보유한 독일 자를루이 공장 인수 협상을 시작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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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배터리 3사는 그동안 ‘텃밭’으로 여겨온 유럽 시장에서 조금씩 밀리는 분위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17%에 그쳤던 중국 업체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4%로 상승했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68→63.5%로 밀렸다.

K-배터리 업체들은 유럽과 미국에서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든든한 내수를 기반으로 체력을 키워온 중국 업체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여기에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정부의 보호·지원 정책을 등에 업고 있다. 덕분에 체력도 단단해졌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 1위인 CATL은 최근 6년간 연평균 1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5조8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2021년에야 영업흑자를 냈다. SK온은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

미국 시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에는 ‘우려 국가’ 등에 대한 조항이 없어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기만 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CATL은 이미 포드와 테슬라를 통해 우회 진입을 시도 중이다.

배터리 업계 내 경쟁은 당분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BMI는 향후 120여 개인 배터리 업체 중 9개만 살아남을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대응해 한국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강력한 투자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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