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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36) 곽가가 유언으로 남긴 계책대로 원씨 형제를 처치한 조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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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원소를 무찌르고 기주의 업성(鄴城)을 차지할 때입니다. 조조의 맏아들인 조비도 함께 전장에 참여했는데 업성에 이르자 누구보다 먼저 원소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군사들은 모두 사라졌고 두 여인만이 울고 있었습니다. 원소의 처 유씨와 원소의 둘째 며느리인 견씨였습니다. 조비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인 견씨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습니다.

견씨의 미모에 반한 조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견씨의 미모에 반한 조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는 여러 장수와 함께 승리를 만끽하며 느긋하게 업성으로 들어왔습니다. 성문에 다다르자 허유가 채찍으로 성문을 가리키며 조조에게 한 마디 던졌습니다.

아만아! 네가 나를 얻지 못했다면 어떻게 이 문으로 들어설 수 있겠느냐?

조조는 껄껄 웃었지만, 장수들은 모두 허유의 말이 불쾌했습니다. 조조는 원소의 집 출입을 금했음에도 조비가 들어간 것을 알고 엄히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원소의 처인 유씨가 절하며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세자가 아니었으면 소첩의 집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견씨를 바치겠으니 원하옵건대 세자를 모시게 해주십시오.

조조는 견씨를 불러내 자세히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손색없는 나의 며느리’라고 말하고 조비에게 아내로 맞아들이도록 했습니다. 조비의 기뻐하는 모습이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이 부분에서 모종강이 원소의 후처인 유씨에 대하여 평한 것이 있습니다.

‘원상의 어머니 유씨의 투기는 지나칠 정도로 대단했다. 그러나 나라가 망한 후 깨끗이 죽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견씨를 조비에게 바치면서까지 구차하게 살려는 것을 보면 또한 어떻게 그렇게까지 열부(烈婦)다운 모습이 없을까 싶어진다. 이를 보면 정숙한 부인은 투기하지 않고 투기하는 부인은 반드시 정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조는 하북을 평정하는 과정에서 난리를 겪은 백성들에게 일 년치의 부역과 조세를 면제해주었습니다. 조조군은 평화로운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조의 측근인 허저가 동문을 들어오다가 허유와 마주쳤습니다. 허유는 지난날 조조에게 자랑했던 말을 또다시 꺼냈습니다. 조조가 있어서 참았던 허저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습니다.

우리가 천번 만번 죽음을 무릅쓰고 직접 피를 흘리며 싸워서 빼앗은 성인데 네 어찌 감히 허풍을 떠느냐!

너희들은 모두 무지몽매한 놈들이다. 말할 가치도 없다.

화가 난 허저는 칼을 빼 그 자리에서 허유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조조에게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조조는 허저를 호되게 책망하고 후하게 장례를 치르라는 선에서 일을 매듭지었습니다. 친구라면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허유를 참모가 알아서 처리해주니 조조도 나쁠 것이 없었던 셈입니다.

조조는 원담의 상황을 알아봤습니다. 원담은 노략질을 하다가 동생 원상이 조조에게 패하고 달아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원상을 공격하자 원상은 전의(戰意)를 잃고 둘째 형인 원희가 있는 유주로 갔습니다. 원담은 원상의 군사 태반을 빼앗아 다시 기주를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조조가 원담을 불렀습니다. 원담이 오지 않자 조조는 곧 대군을 이끌고 원담을 공략하러 나섰습니다. 원담은 일이 급해지자 유표에게 구원을 청했습니다. 유표는 유비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지금 조조는 이미 기주를 함락시켜 군사들의 사기가 높습니다. 원씨 형제들도 오래지 않아 반드시 조조에게 잡힐 터이니 구원해 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더욱이 조조는 항상 형양(荊襄)을 넘보며 노리고 있으니 군사를 양성해 이곳이나 지킬 수 있도록 힘쓰셔야 합니다.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유표는 유비의 제안대로 화해하라는 구실을 대고 사절했습니다. 원담은 혼자서 조조와 싸워야만 했습니다. 원담은 조조의 상대가 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원담은 조홍에게 피살됐습니다. 조조는 항복한 원희의 부하장수인 초촉과 장남에게 선봉에 설 것을 명하고 계속해서 유주의 원희와 원상을 공격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두 형제는 성을 버리고 오환족(烏桓族)에게 가서 몸을 의탁했습니다.

조조는 이번 기회에 요동(遼東)으로 달아난 원소일가를 일망타진해 하북 지역을 완전하게 장악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길이 험하고 기후도 좋지 않아 여러 번 회군(回軍)을 고려했습니다. 조조는 곽가의 말을 믿고 계속 진군해 유성(柳城)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조조가 믿고 의지하던 최고의 참모인 곽가가 풍토병으로 죽었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편지로 유언을 남겼습니다. 조조는 그 편지를 보고 더는 진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회군하지도 않았습니다. 여러 장수가 의아해하며 의심할 때, 요동에 있는 공손강이 원희와 원상의 수급을 바쳤습니다. 조조는 또다시 곽가를 아쉬워하며 말했습니다.

조조가 총애했던 참모인 곽가.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가 총애했던 참모인 곽가. [출처=예슝(葉雄) 화백]

곽가의 예상이 틀리지 않구나!

어째서 곽가의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고 하십니까?

조조는 웃으며 곽가가 남긴 유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내용은 대강 이러했습니다.

‘지금 듣자니 원희와 원상이 요동으로 의탁하러 갔다고 하는데, 명공께서는 절대로 쳐들어가지 마소서. 공손강은 오래전부터 원씨가 자기의 땅을 뺏을까 봐 두려워했는데 원희와 원상이 의탁하러 갔으니 반드시 의심할 것입니다. 만일 군사를 이끌고 가서 공격하면 반드시 힘을 합쳐 맞설 것이니 간단히 쳐부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늦추어 놓으면 공손강과 원씨는 반드시 저희끼리 죽이고자 획책할 것입니다. 그들의 상황이 그러합니다.’

편지를 본 모두가 감탄했습니다. 후세 사람들도 시를 지어 38세로 요절한 곽가를 칭찬했습니다. 박종화 작가의 번역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하늘이 내신 곽가 天生郭奉孝
뭇 영웅 속의 호걸일세. 豪傑冠群英
뱃속에는 경서와 사기를 감추었고 腹內藏經史
가슴 안에는 병갑을 숨겨 두었네. 胸中隱甲兵
용병하는 꾀는 범여와 같고 運謨如范蠡
정책 결단은 진평과 흡사하다. 決策似陳平
아깝다, 몸이 먼저 죽었네 可惜身先喪
중원 천지에 보가 부러졌구나. 中原梁棟傾

공손강의 부하들에게 목이 잘리는 원씨 형제. [출처=예슝(葉雄) 화백]

공손강의 부하들에게 목이 잘리는 원씨 형제. [출처=예슝(葉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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