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잡는「공산권 무역사무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울 삼성동 무역회관 옆 공항터미널 빌딩 6층 1호실에는 소련연방상의 주한 대표부가 자리잡고 있다.
영사처가 개설되기 전까지는 영사업무까지 맡고 있어 매일 20∼30명의 손님들이 찾아왔지만 영사처가 함께 이곳에 개설된 이후에는 상의대표부를 찾는 손님이 10명 이내로 줄었다.
상의직원 3명 중 한국말을 잘하는 페트로프는 시간마다 약속이 예약되어 있으며 그를 만
나려면 적어도 3일전쯤에는 약속해야 되기 때문에 콧대가 높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지만 한국인 여직원이 워낙 친절해 간단한 일은 그녀에게 부탁해도 된다.
영사 처 개설이후 업무량과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주한 소련 무역사무소는 1년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제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지난 88년 3월 헝가리를 시발로 잇따라 문을 연 동구권 국가들의 주한 무역사무소들은 이제 이들 국가들과 우리와의 경제협력이 진행되면서 나름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그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역시 소련 무역사무소.
나자로프 소장 밑에 2명의 직원이 무역관계와 과학기술 업무를 나눠 맡고 있는데 손이 모자라 본국에 증원 요청을 해 둔 상태다.
아직은 우리기업들이 소련 측과 직접 상담을 벌이고 있어 이들의 활약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본격적인 대소 진출이 이루어지는 단계가 되면 주로 우리중소업체들의 대소 창구가 될 것이란 게 그들의 생각이다.
때문에 나자로프 소장 등은 소련으로부터 계속해서 자료를 공수 받아 비치해 두고 있으며 우리기업들에 대한 분석작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소련 붐 조성을 위해 한국 종합전시장(KOEX)에서 소련 주간행사를 벌였으며 최근에는 우리측 파트너인 무공과 모스크바 시 한국 무역센터 건립문제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소련의 경우는 영사처가 개설된 이후에도 무역사무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비해 다른 동구권 국가들의 무역사무소는 대부분 주한 대사관이 개설되면서 흡수 통합됐다.
다만 유고가 부역사무소를 별도로 운영하니 소장인 그르차르가 혼자 무역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나 눈에 띄는 실적은 없고 주로 경 협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오히려 대사관으로 흡수돼 상무참사관 등이 기존의 무역사무소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실적에 있어서는 앞서간다.
루마니아의 치오바누 상무 참사관은 혼자 금성사와 가전제품의 수입상담을 벌이는가 하면 롯데와 볼베어링, 두산과 1회용 주사기, 현대와 트럭 등 중장비의 수입상담을 벌였다.
스테마노프 상무관이 활약하는 불가리아의 경우도 럭키금성에 지게차를 팔았으며 현대전자에는 전자부품을 수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헝가리 무역사무소의 경우는 삼성과 TV 합작 공장 건설이라는 굵직한 건수를 올리기도 했다.
한편 주한 무역사무소가 개설되지 않은 중국의 경우는 개별기업별로 지사를 설치해 놓고 있으나 한중간 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사등록은 못하고 있다.
중국 심양시의 만업실엄, 길림성의 길죽 공사, 대련시의 중요공사 등 이 서울에 나와 있으나 연락업무만 하고 있다. <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