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항에 부모님 걱정하실까 수시 전화"
“생애 첫 제주도 여행이에요. 고생은 했지만 평생 추억이 될 것 같아요.”
5일 오전 11시 제주국제공항 출발 대합실. 한 항공사 카운터 앞에서 만난 지모(18)군이 한 말이다. 충청북도 한 고등학교 2학년인 지군은 학우 200여 명 등과 함께 지난 2일부터 2박 3일간 제주에 수학여행을 왔다. 애초 4일 오후 제주를 떠날 예정이었으나 기상악화에 따른 결항으로 하루 더 섬에서 보냈다. 지군은 “첫 제주 여행에 이런 일이 생겨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게 수시로 전화했다”고 말했다.
4일부터 발 묶인 6000명 수학여행단
이날 제주에서 같은 학년 100여 명과 수학여행을 한 서울지역 고교생 황모(18)군은 “공항에서 대기하느라 고생스럽기도 했으나, 친구들과 우정이 더 돈독해지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지군과 황군은 이날 오후 다시 열린 항공편으로 제주를 떠났다. 제주공항에는 4일부터 이틀간 수학여행단 6000여 명 등 1만명 이상의 하늘길 이용객 발이 묶였다.
4일 서귀포 하루 287.8㎜ 역대 1위 강수
어린이날 연휴를 전후해 기상이변에 가까운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제주 하늘길이 이틀째 끊어졌다. 크고 작은 비 피해도 잇따랐다. 5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 산지에 호우경보가, 추자도와 제주도 중산간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제주도 전역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 3일부터 5일 낮 12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한라산 삼각봉 803.5㎜, 진달래밭 671㎜, 성판악 598.5㎜, 서귀포 365.6㎜, 제주 142.3㎜ 등이다. 서귀포시에는 4일 하루 동안 287.8㎜가 내렸다. 이는 1961년 관측 시작 이후 5월 하루 가장 많은 강수량이다.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낮 12시 기준 최대 순간풍속은 한라산 삼각봉 28.4㎧, 제주공항 22.7㎧, 대흘 22.1㎧, 외도 21.7㎧, 고산 19.1㎧였다.
11시 첫 이륙...김포공항 자정까지 운영
이 때문에 5일 오후 1시까지 국내선 항공편 207편(출발 102, 도착, 105)이 결항했다. 낮부터 기상 상황이 호전돼 오전 11시 18분 대한항공 KE1045편이 처음 이륙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항공편은 점차 정상화 됐다. 또 국내 출도착 45편, 국제선 출도착 2편이 임시 증편됐고, 김포공항은 자정(24시)까지 운항이 연장됐다.
제주공항은 전날 오후 2시쯤부터 모든 항공편이 묶였다. 계획했던 483편(출발 242, 도착 241) 중 국내선 238편(출발 122, 도착 116)이 결항했다. 또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8개 뱃길 여객선 11척 중 4척이 운항하지 못했다. 한라산 입산은 전면 통제됐다.
비바람에 제주 곳곳 생채기
비바람 피해도 잇따랐다. 5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1분 서귀포시 상효동 한 주택 안으로 빗물이 유입돼 소방대원들이 배수 작업을 했다. 오전 9시 2분 제주시 연동의 한 건물 외벽이 탈락하고 오전 11시 6분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한 공사장에 쌓아 놓은 모래와 자갈이 인근 도로로 유출됐다. 또 전날 오전 7시57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한 공사 현장에 빗물 200t이 유입돼 소방당국이 배수 지원에 나섰다. 낮 12시57분에는 서귀포시 대정읍 한도로에 고인 빗물에 자동차가 고립되기도 했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제주발 운항이 점차 재개되고 있지만, 날씨 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있어, 운항 여부나 시간이 변경될 수 있다”며 “이용객은 사전에 항공사 운항 여부를 확인하고 공항에 나와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