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드론 2대, 푸틴 겨냥 크렘린궁 공격 시도”

러시아가 크렘린궁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시도가 있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 드론 두 대가 크렘린궁 공격을 시도했으며, 러시아군이 전자전 체계를 사용해 드론을 무력화했다. 타스통신은 “드론이 추락하고 파편이 흩어졌음에도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으며 건물 피해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당시 현장에 없었으며,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2일 밤(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비행체가 폭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비디오 캡처. [로이터=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드론 공격을 두고 “러시아 대통령의 목숨을 노린 시도였으며, 오는 9일 전승기념일(2차 대전 승전 기념일)과 기념 퍼레이드를 앞두고 발생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언제 어디서나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보복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소셜미디어에는 크렘린궁 근처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미확인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면서도 “러시아는 올 초에도 우크라이나 드론이 모스크바 남동쪽 마을 근처에 추락했다고 주장하는 등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드론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모스크바는 862㎞ 떨어져 있다.

러시아 측의 이날 발표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 측의 주장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우크라이나는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 않고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쓸 뿐”이라고 CNN에 밝혔다.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을 예고하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에너지 및 교통 시설에서의 폭발과 사보타주(파괴 공작)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이틀 연속 철로 폭발로 인한 화물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3일에는 러시아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주 타만 반도의 템륙 지역 석유 기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시설 1200㎡를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엔 크림반도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있는 유류 저장고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불에 타는 사건이 있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북유럽 정상들과 회동하기 위해 핀란드를 깜짝 방문했다. 핀란드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북유럽 5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했다며 “회담에서 러시아의 침공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북유럽 국가들의 지속적인 지원,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나토 관계, 우크라이나의 평화계획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유럽 정상회담 참석과 별개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을 비롯해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아이슬란드 정상과 연쇄 양자회담을 통해 추가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