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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의료 파업은 재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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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규홍(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의 단식 농성 현장을 찾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조규홍(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의 단식 농성 현장을 찾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간호법 갈등 심화, 의사·조무사 등 총파업 예고

정부·여당, 의료계 설득과 중재에 최선 다해야

야당의 간호법 일방 처리에 반발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13개 보건의료 단체가 공동으로 만든 기구다. 의료연대는 오늘 오전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파업 일정과 방식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된 이후 간호사와 다른 보건의료 단체의 갈등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간호법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란 지적을 받으며 의료계 직역 갈등을 촉발한 야당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와 여당도 시의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늑장을 부린 점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해 당사자 간 의견 차이가 심한 법안일수록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이번 간호법 처리 과정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문이다.

일반 국민은 간호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간호법이 제정돼도 당장 의료 현장에선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다만 1951년부터 시행해 온 의료법 체계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내용만은 아니다. 그동안 단일한 법체계로 관리해 온 의료계 직역 가운데 간호사 관련 사항을 별도로 분리하는 게 간호법의 골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70년간 유지해 온 의료법 통일 체계를 흔드는 법”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간호법 1조에 ‘지역사회’라는 말을 넣느냐, 빼느냐를 두고도 의견 대립이 심하다. 이 부분은 당장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선언적 문구라는 점에서 향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갈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의사·간호사 등 직역에 상관없이 모든 의료인이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의료인에게 국민의 건강권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의사든, 간호사든 직역 이기주의를 앞세워 한 발도 양보하지 않고 대결을 이어간다면 국민의 불신과 비판을 자초할 뿐이다. 특히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의료파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 설득과 중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합의 처리 대신 입법 폭주를 선택한 야당의 행태는 분명히 잘못됐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꼬인 데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도 있다. 국정을 운영하는 입장에서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의료계도 직역 간 힘겨루기를 멈추고 정부와 함께 타협점을 찾으려고 머리를 맞대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