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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기시다 총리가 진정성 있게 호응할 차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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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7-8일 방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7-8일 방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7~8일 방한 유력”…진전된 사과 표명 등 기대

한·일 이어 한·미·일 만나 북핵 대책 강화해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르면 오는 7~8일 한국을 방문할 것이란 일본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양국 정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서울과 도쿄 외교가에서는 답방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방한이 성사되면 2018년 2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 이후 5년 만이다.

조기 답방이 유력해진 배경에는 일본 국내 사정과 국제정치적 배경이 두루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치른 일본 지방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승리한 데다 지지율이 50%를 넘으면서 기시다 총리가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달 2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당초 거론된 6~7월보다 대폭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성사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4년여 만에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한·일 정상의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공식 복원되는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전범 기업들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계기로 한·일 관계는 최악의 수준으로 급랭했었다. 내내 불편했던 한·일 관계가 윤 대통령의 방일에 이어 기시다 총리의 방한으로 거의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물론 한·일 관계의 특수성과 민감한 변수들을 고려하면 일본 총리의 답방 한 번으로 모든 것을 풀 수는 없다. 그래도 기시다 총리의 이번 답방은 양국 관계의 분위기를 바꾸는 소중한 기회로 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기시다 총리의 여행 가방 속에 몇 가지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담기기를 기대해 본다.

첫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과거사 사과에 대한 진전된 언급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전향적인 강제징용 해법을 먼저 제시한 만큼 기시다 총리가 진정성 있게 호응할 차례다. 둘째,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달 28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로 재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는데 관련 절차 역시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다른 장애물들도 과감히 걷어내길 바란다.

과거를 넘어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면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동병상련(同病相憐) 관계’다. 미국의 중국 견제 필요도 있겠지만, 한국과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한·미·일 안보 협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기시다 총리의 답방을 통해 한·일이 먼저 과거의 앙금을 털고, 그다음 한·미·일이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안보·경제 등 시급한 현안을 숙의해야 한다. 그것이 한·미·일 3국 모두의 전략적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