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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고양이 수속도 미리 챙겼다"...짜릿한 '프라미스' 뒷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완견, 애완묘도 수속에 문제 없도록 조치해놨습니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벌 간 무력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수단에서 교민 대피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수송기가 먼저 (수단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빨리 떠나는 게 가능했다”며 “강아지 1마리, 고양이 2마리에 대해서도 수단 공항 관계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프라미스(Promise·약속)’로 명명된 이번 작전에서 신속대응팀장을 맡은 최영환 재외동포영사실장과 남궁환 주수단 대사 등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당시 뒷이야기를 전했다.

외교 당국은 이번 작전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물밑에서 꼼꼼한 준비가 이뤄졌다는 점을 꼽았다.

지난 21일 한국을 떠나 지부티에 도착한 공군 수송기 C-130J '슈퍼 허큘리스'는 24일 오전 12시 25분(이하 한국시간) 포트수단 공항에 착륙했다. 정부는 긴급한 상황 때문에 구두로 공항 사용 허가를 받고 일단 비행기를 먼저 띄웠다. 이 때문에 착륙 후 3시간 동안 공항 관계자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포트수단에서 교민 일행을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건 그만큼 중요했고 절박한 상황이었다.

긴급하게 비행기를 준비했지만, 하르툼 주수단 대사관을 떠난 교민 일행의 도착이 지연되면서 정부 관계자들은 공항에서 21시간 동안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그 시간동안 교민들이 공항에 도착해 최대한 빨리 이륙할 수 있도록 모든 사전 조치들을 마쳤다고 한다.

남궁환 외교부 주수단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수단 교민 긴급 대피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남궁환 외교부 주수단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수단 교민 긴급 대피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외교부 당국자는 “공항 업무를 보니 교민들이 도착했을 때도 모든 출국 수속을 비상 상황이 아닌 평상시처럼 할 것처럼 보였다”며 “교민들이 일괄적으로 신속하게 출국 수속을 할 수 있도록 공항 관계자들과 협의했고 여권을 갖고 있지 못한 6명 교민을 위해서도 긴급여권 등을 조치했다”고 말했다.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우리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마중나온 가족들이 '러브유(Love you)' 문구를 들고 있다. 뉴스1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우리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마중나온 가족들이 '러브유(Love you)' 문구를 들고 있다. 뉴스1

마침 군 수송기도 일찍 공항에 대기한 덕분에 수속 게이트와 가까운 곳에서 교민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에 버스로 36시간 이동한 28명의 교민은 공항 도착 후 불과 45분 만에 수단을 벗어나는 게 가능했다.

한국 군 수송기가 공항을 떠날 때 이곳에서 자국민을 기다리고 있던 국가는 영국, 이집트, 일본 정도였다고 한다. UAE의 호위를 받으며 한국 교민과 함께 포트수단으로 온 다국적 피란 그룹 중 상당수 인원은 다음 탈출 경로를 찾지 못해 곤란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른 나라 교민) 10명 정도를 태워줄 수 없겠냐는 요청을 받았다”며 “안타깝게도 우리 군 수송기 정원에 여력이 안 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르툼에선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작전 초기 상황을 놓고 외교부 당국자는 “교민들을 집결하기 위해 연락이 닿지 않은 교민들에게는 20번이고, 30번이고 연락을 시도했다”며 “통신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어 전화를 10번, 20번은 해야 간신히 연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사관 직원들은 24시간 중 15시간 총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급히 짐을 챙겨 나와 작전에 임해야 했다. "상·하의 짝을 맞춰 옷을 챙겨 나오는 것조차 사치였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고 한다.

최영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기자실에서 수단 교민 긴급 대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영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기자실에서 수단 교민 긴급 대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사관 직원과 교민들은 하르툼을 벗어나면서 다소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하르툼을 떠나 이동한 경로 대부분 시골길이었는데, 교민들은 '하르툼을 떠나기만 했는데도 안정이 된다'고 얘기했다”며 “포트수단에서 공군 수송기를 보자 비로소 ‘살았구나’라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궁 대사는 “교민 28명이 안전히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국민 성원과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 덕분"이라며 "식량난, 연료 문제, 식수난도 있었지만 절감해가면서 교민하고 같이 나눠가며 버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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