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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독립 나선 애플, 디스플레이는 ‘메이드 인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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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애플이 ‘부품 독립’에 나서면서 아이폰·애플워치 등에 자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만큼은 삼성·LG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의존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맹추격 속에 프리미엄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앞세워 ‘초격차’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25일 ‘애플의 부품 내재화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시장 우위 전략으로 자사 부품 적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패널에서는 한국 업체 의존도를 최소 60% 이상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디스플레이 채택 비중은 LG디스플레이 30%, 삼성디스플레이 21% 수준이다. 삼성디플은 아이폰14의 70%를, LG디플은 애플워치 80%와 아이패드 32%가량에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자체 부품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점은 국내 기업에 위협 요인이다. 앞서 애플은 맥북·아이폰 등에 자체 운영체계(OS)를 구축한 데 이어, 맥북용 M시리즈 칩,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개발하며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보고서는 “애플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반도체 역량을 확충했던 것처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시장에 장기적으로 ‘애플’이라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애플이 주목하는 분야는 마이크로 LED 분야다. 마이크로LED는 칩 크기가 5~10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이하인 초소형 LED를 가리킨다. 기존 OLED보다 최대 100배 밝은 화면으로 야외 시인성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패키징 없이 칩 자체를 화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소비 전력이 기존보다 우수한 것도 특징이다. 애플은 2014년 마이크로 LED 개발 업체인 럭스뷰를 인수한 뒤 2017년부터 제품 개발을 본격화해왔다. 늦어도 2025년에는 ‘애플워치 울트라’에 자체 설계한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이며, 이럴 경우 국내 업체의 OLED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희망은 있다. 국내 업체가 애플의 마이크로 LED 물량을 수주받아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보고서는 “마이크로 LED를 위탁생산하면 중국 업체에 밀린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의 열세를 만회하는 등 새 수익원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LG디플은 이미 마이크로 LED를 위한 기술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디플·LG디플 등 국내 업체는 디스플레이 ‘보릿고개’에도 투자를 계속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최근 삼성디플은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신규 투자키로했고, LG디플은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금 포기하면 LCD처럼 글로벌 시장 자체를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 이른바 ‘하이디스의 교훈’을 새기자는 것이다. 현대전자 LCD사업부에서 출범한 하이디스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2002년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에 매각됐다. BOE는 이때 얻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LCD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디스플레이 1위’ 타이틀을 빼앗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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