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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폐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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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겨울철, 공기가 혼탁해지는 계절이다. 폐암은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대기오염과 흡연 때문에 환자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대표적인 암이다. 남자의 경우 발병률이 가장 많은 위암의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발병률 3위의 폐암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원인과 증류=서울대 의대 김건열 교수(호흡기 내과)는『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굴뚝의 연기, 실내의 분진 등 대기오염도 폐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흡연만큼 뚜렷한 발병인자는 없다』고 말한다. 이는 폐암 환자 중 절반이상이 흡연자라는 사실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
어렸을 때 기관지 확장 증이나 폐 낭종 등의 폐 질환을 앓았던 사람 역시 폐암에 잘 걸린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흡연이든 질환이든 외부로부터 시달림을 많이 받은 폐는 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다. 반면 폐암의 유전적 관계는 아직 불확실하다.
장년 층 이상에서 폐암이 주로 발생하는 것도 그만큼 폐 조직이 노후화 돼 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원인 인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폐암을 발생시키느냐는 문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그러나 임상경험과 통계적으로 볼 때 폐암 위험 군을 지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40대 이후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오염환경에서 작업하는 사람 ▲기침·가래가 끊이지 않는 사람 ▲가래 등에서 혈당이 보이는 사람 등은 폐암에 걸렸거나 걸릴 확률이 대단히 높은「위험군」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폐암은 발병위치·양상에 따라 상피 세포 암·선암·미분화 세포암·소세포 암 등으로 나뉘며 이중 상피 세포 암(40%)과 소세포 암(30%)이 가장 흔히 발견되는 암이다.
◇증상과 진단=폐암 역시 다른 대부문의 암처럼 발병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다. 기침이나 가래 혹은 가슴통증 등은 실제 폐암이 상당부분 진행된 뒤에야 나타난다. 그러나 이들 증상은 결핵이나 다른 폐 질환과도 유사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으로서는 구분이 힘든 실정이다.
진단은 X-선 검사 혹은 기관지 내시경·CT촬영 등을 이용하며 진단성공률은 90%정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예방과 치료=김 교수는『10년 이상 계속 흡연해 온 사람의 폐는 암 조직과 대단히 비슷하다』며『금연만이 가장 확실한 폐암의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전인구가 금연하면 환자 발생률은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청소년기 등 일찍 흡연을 시작한 사람 중 폐암 환자가 많다는 사실 또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분진 등으로 혼탁해진 실내공기 역시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므로 적당한 환기도 폐암 발생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폐암은 일단 걸렸다 하면 치료가 가장 어려운 암 중의 하나다. 예컨대 4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나는 상피 세포 암의 경우 웬만큼 조기에 발견해도 5년 생존율이 20%를 밑돌고 여자 쪽의 발병률이 높은 소 세포 암의 경우 치료 후 2년 동안 살 확률이 30%에도 못 미친다.
특히 소 세포 암의 경우 치료가 되는 듯 하다가도 재발 율이 높기 때문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 져 있다. 김 교수는『폐암은 아주 초기에 발견해야만 만족할 만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이 때문에 정기검진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이유로 폐암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현재 암세포로의 변화조짐을 미리 알려주는 혈청 혹은 체액내의「암표식자」(Cancer marker)의 발견에 주력하고 있다.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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