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가 앞으로 생길 손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을 올해 계획보다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자 장사’로 거둔 수익을 대손충당금 확보 등 건전성 관리에 써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적극적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깜깜이’ 대출이 늘고 경기 침체 전망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재무·리스크 담당 임원(부행장급)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충당금 적립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조치가 이어져 오고 있는 점을 거론했다. 은행이 충당금 적립 규모를 산출할 때 통상 과거 10년의 여신(대출) 부도율과 부도시 손실률을 활용하는데, 지난 3년간의 연장·유예 조치로 충당금이 적게 산정되는 ‘통계의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당국은 조만간 충당금 관련 가이드라인도 내놓을 계획이다. 5대 은행과 금융지주는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당장 이번 주 발표할 1분기 실적에 당초 계획보다 많은 충당금을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선 은행 기준 1분기 충당금이 전년 동기의 2배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