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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전 세상 뜬 할머니와 대화…이 '영통' 비밀에 中 뒤집혔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손자: "할머니, 어디 다녀오셨어요?"  
할머니: "식용유 두 병을 샀어. 농부가 갓 짠 기름인데, 냄새가 너무 좋구나."  
손자: "할머니, 최근에 아버지도 할머니께 전화드렸지요?"
할머니: "응. 그래서 내가 술 좀 그만 마시라고 했어."
손자: "잘하셨네요 할머니. 아버지는 연세가 오십이신데, 매일 와인을 마셔서 걱정이에요.  

중국 상하이에 사는 우 우류(24)가 최근 친할머니와 나눈 영상 통화다. 손자의 다정한 질문에 할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구수한 사투리로 답한다. 할머니는 손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깜빡이기도 한다.

여느 할머니와 손자의 모습 같지만, 여기엔 놀라운 비밀이 숨어있다. 우류의 할머니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 1월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우류는 어떻게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1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차이나데일리 등에 따르면 우류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돌아가신 할머니를 '부활'시켜 가상의 대화가 가능했다.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 공개된 이 대화 영상은 'AI 활용 범위'를 두고 중국에서 열띤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매체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친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성인이 된 후 고향을 떠나 상하이에서 시각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도 할머니에게 자주 전화를 할 만큼 사이가 각별했다.

그러던 지난 1월 코로나19에 감염된 할머니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우류는 황급히 고향으로 내려가 15일간 곁을 지켰다. 애석하게도 할머니는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부모나 마찬가지인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그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느꼈다. 특히 돌아가시기 전까지 의식이 없던 할머니와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한 게 그를 힘들게 했다.

할머니를 그리워하던 그는 'AI 기술로 할머니를 부활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할머니의 사진 여러 장과 AI 기술을 활용해 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구현한 '아바타'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과거 할머니와의 전화 통화 때 녹음한 파일을 이용해 AI가 할머니의 목소리와 톤을 흉내내도록 훈련시켰다. 그는 챗GPT와 대화를 나누면서 AI가 더욱 할머니처럼 행동하게 하는 방법을 배웠다고도 한다.

SCMP에 따르면 그는 "나의 '할머니 부활' 프로젝트는 단지 심리적 위안을 위한 것"이라며 "할머니를 바라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중국 청년 우 우류는 AI 기술을 활용해 돌아가신 친할머니의 생전 모습과 음성을 구현하고 가상의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공개했다. 빌리빌리 캡처

중국 청년 우 우류는 AI 기술을 활용해 돌아가신 친할머니의 생전 모습과 음성을 구현하고 가상의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공개했다. 빌리빌리 캡처

그러나 이 영상은 공개된 후 수백 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고, 찬반 논쟁에 휩싸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상에선 "AI의 도움을 얻어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와 다시 연결되는 건 위안을 줄 수 있다", "나도 이 기술을 배워 하늘 나라에 있는 아이와 대화하고 싶다", "AI는 이제 우리 삶의 일종의 동반자가 됐다" 등 이 영상을 지지하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AI 아바타는 사람을 기억에 갇혀 살게 할 수 있다"거나 "탄생과 죽음은 자연의 섭리인데, 여기에 AI 기술을 끼워넣을 경우 현실을 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리상담가인 천 즈린은 차이나데일리에 "심리적 관점에서 볼 때, AI 기술은 사후 사진이나 개인 소지품과 같은 전통적인 물건에 비해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의 이미지와 개성을 더욱 잘 보존해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지나친 의존은 피해야 한다.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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