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 같았다…‘3의 저주’ 걸린 우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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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징크스

타이거 우즈

타이거 우즈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지역지인 ‘오거스타 크로니클’은 “마스터스는 3으로 끝나는 해에 악천후를 겪는 ‘3의 저주’가 있다”고 보도했다. 2023년에도 사고가 많았다. 둘째 날 강풍에 나무 세 그루가 뽑혔다. 셋째 날엔 북풍에 폭우가 엉켰다. 코스에 나가 있으니 주머니에 넣고 있는데도 손이 곱았다. 선수들은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우즈도 3으로 끝나는 해에 마스터스에서 좋지 않았다. 그는 2003년 마스터스에서 압도적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2001년과 2002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우즈에게 걸어 우승하면 원금보다 약간 많은 돈을 줄 정도였다.

하지만 우즈는 부진했다. 첫날 76타를 쳤고, 둘째 날에서 73타를 쳐 겨우 컷을 통과했다. 3라운드에서 우즈는 6언더파를 치며 선두를 4타 차까지 쫓아가 “우승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최종 라운드에서 75타를 치며 미끄러졌다.

2013년에는 골프사에 남는 치욕을 겪었다. 우즈는 3라운드 후반 공동 선두였다. 파5인 15번 홀에서 친 세 번째 샷이 연못에 빠졌다. 우즈는 드롭한 후 다섯 번째 샷을 핀 옆에 붙여 보기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는 볼을 물에 빠뜨린 것보다 큰 드롭 실수를 했다. 우즈는 벌타가 포함되지 않은 스코어에 사인했다. 당시 규칙으로는 명백한 실격이었다. 그러나 마스터스는 2벌타만 매겼다.

골프계에선 우즈에게 “불명예스럽게 경기하느니 자진 기권하라”는 얘기도 나왔는데 우즈는 그냥 경기를 진행했고 결국 우승도 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오거스타 내셔널이 골프황제의 실격을 무마하고, 우즈는 이를 받아들인 이른바 ‘드롭 게이트’가 됐다. 섹스 스캔들이 코스 밖 우즈의 가장 큰 수모라면, 드롭 게이트는 코스 안에서 나온 가장 큰 오점이었다.

타이거 우즈가 지난 8일 빗속에서 마스터스 2라운드 경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지난 8일 빗속에서 마스터스 2라운드 경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3년 마스터스에서도 우즈는 괴로웠다. 그는 교통사고 이후 다리에 철심을 박아 걷는 것이 버거웠다. 아픈 다리로 비에 젖어 미끄럽고 질척이는 오거스타의 경사면을 걷기는 더 힘들었다. 우즈는 빗속에서 3오버파 공동 49위로 간신히 컷을 통과했으나 3라운드 악천후 속에서 7개 홀에서 6타를 잃었다.

경기 후반에는 마치 80대 노인이 걷는 것 같았다. 먹구름과 빗속에 검정과 회색 옷을 입어 더 우울해 보였다. 우즈는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될 때까지 7개 홀에서 컷 통과한 선수 중 꼴찌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경기가 속개될 때 기권했다.

하지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올해 출전한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큰 선물을 받았다. 김주형은 “우즈와 함께 경기하는 게 영광이었고, 그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샷을 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우즈의 3라운드 동반자였던 임성재는 “우즈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집중해서 쳤다. 다리가 아픈 것 같아 말을 많이 걸지는 못했지만 우즈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했다.

골프 인사이드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07

인생을 골프에 비유하곤 합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필드 위에서 펼쳐지기 때문이죠.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인 심리학자 스콧 펙은 “골프는 육체적·정신적·영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는 연습”이라고 했습니다. 골프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칼럼, 성호준 골프전문기자의 골프인사이드(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07)입니다.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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