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에 날만한 망신”…KPGA 뒤집은 ‘6㎜ 스캔들’

  • 카드 발행 일시2023.03.24

지난 20일 충북 청주 떼제베 골프장에서 벌어진 KPGA 스릭슨 투어(2부 투어) 1회 대회 예선에서다. 경기 중 몇몇 선수가 그린에서 퍼트를 하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다. A선수는 경기위원회에 “홀이 너무 큰 것 같다”고 신고했다. 자로 재보니 홀의 직경이 규정과 달랐다. 골프 규칙에 컵 직경은 108㎜, 깊이는 최소 101.6㎜ 이상, 원통은 지면으로부터 최소한 25㎜ 아래로 묻혀야 한다. 떼제베 골프장 홀의 컵은 직경이 6㎜ 큰 114㎜였고 깊이도 규정보다 얕았다. 경기위원회는 대회를 취소했다. 홀컵 사이즈가 잘 못 돼 대회가 중단된 예는 찾기 어렵다. 골프계에서는 “해외토픽에 날 만한 망신”이라는 반응이다.

KPGA에 따르면 떼제베 골프장은 모든 홀에서 규정과 다른 컵을 몇 년 동안 쓰고 있었는데 경기위원회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골프계에서는 “상식적으로 경기위원이라면 규정보다 5% 정도 큰 6㎜ 차이를 알 수 있다. 홀의 깊이도 달라 확실히 구분이 됐다. 홀 직경과 깊이는 경기위원회의 대회 전 필수 체크사항이며, 답사도 했는데 이를 모른 것은 직무유기 혹은 근무태만이나 무능”이라고 개탄했다. 반면 “규정과 다른 컵을 버젓이 사용한 골프장 측이 더 큰 문제다. 경기위원회가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홀컵이 크면 퍼트가 쉬워진다. 골퍼는 점수가 좋아져 기분이 좋고, 골프장은 라운드 시간이 줄어 손님을 더 많이 받고 그만큼 수익이 늘어난다. 모두가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최진하 전 KLPGA 투어 경기위원장은 “홀 사이즈가 다르다면 완전히 다른 경기가 된다. 기록이란 건 같은 조건에서 해야 비교할 수 있고 의미가 있다”고 했다.

프로야 그렇다 치고 아마추어는 별 상관없는 것 아닌가.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홀인원 보험은 어쩔 건가. 보험사들은 골프장의 이벤트로 큰 컵을 쓰는 홀에서의 홀인원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떼제베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하고 보험금을 받아간 사람은 어떻게 될까.

아일랜드해에 있는 세일 섬 골프장. 성호준 기자

아일랜드해에 있는 세일 섬 골프장. 성호준 기자

늘어난 6㎜는 어느 정도의 차이일까. 골프공 크기는 42.67㎜다. 볼은 무게중심이 홀에 있느냐 땅에 있느냐에 따라 홀인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작지 않은 차이다. 15% 이상 성공률이 올라갈 것 같다. 그 6㎜가 아무것도 아니라면 떼제베 골프장은 비공인 컵을 쓰지도 않았다. 만약 당신이 114㎜ 홀컵에 퍼트했다면 이전까지 평생 라운드하면서 홀을 돌아 나왔던 공들은 다 들어갔고, 컵을 스치고 지나간 것 중 상당수가 홀인이 됐을 것이다.

기자도 몇 년 전 라운드 중 홀이 커보여 “기자 아니랄까 봐”라는 핀잔을 들으면서 크기를 재봤다. 규정보다 지름이 15㎜ 정도 컸다. 캐디는 “진행을 빨리하기 위해 규정보다 좀 큰 홀을 뚫는다”고 귀띔했다. 일부 골프장이 이벤트 홀을 정해 큰 컵을 쓰는 일이 왕왕 있는데 이를 알리는 것과 알리지 않고 규정 컵을 쓰는 것처럼 속이는 건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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