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대회와 레즈비언 축제, 둘 이별시킨 ‘오거스타 심술’

  • 카드 발행 일시2023.04.21

1997년 나온 영화 ‘오스틴 파워’를 기억하시는지. 주인공인 닥터 이블(남성)과 잠자리를 한 여성은 “이제 당신 말고 다른 남자는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말은 현실이 됐다. 이 여성은 어느 날 여성 파트너를 데려온다. 영화에서 그 상대 여성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로 묘사됐다. LPGA 선수들은 레즈비언의 대명사 격이었다.

영화 ‘오스틴 파워’의 포스터. 중앙포토

영화 ‘오스틴 파워’의 포스터. 중앙포토

지난해까지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가 열리던 4월 첫 주, 여성 동성애자들은 대회장인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모였다. 사막에 세운 겨울 휴양지인 팜스프링스는 LPGA 투어의 메카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레즈비언 축제 다이나 쇼어 위크엔드의 도시이기도 했다.

여성 프로골프와 레즈비언은 다이나 쇼어로 연결됐다. 가수·영화배우·TV 진행자 등으로 활동했던 쇼어(1916~94)는 팜스프링스에 살았고 골프를 좋아했다. 1972년 치약 등을 만드는 콜게이트의 후원을 받아 ‘콜게이트 다이나 쇼어 위너스 서클’이라는 LPGA 대회를 만들었다. 이 대회는 이후 스폰서가 바뀌면서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ANA 인스퍼레이션, 셰브런 챔피언십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