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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엇갈린 도감청 진화에…野 "도둑질도 손발 맞아야" 총공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통령실 도ㆍ감청와 관련해 여권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자 야권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권은 도ㆍ감청 정황이 담긴 기밀 문건 유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미묘한 입장 차이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앞서 대통령실이 거듭 “문건 내용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도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당수 문건이 조작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존 커비 미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런 종류의 문서가 (유출돼) 공공 영역에 있다는 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의 공보 담당 보좌관인 크리스 미거도 10일 기자들과 만나 “미 국방부가 유출 문건을 진짜라고 믿고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일부 문건은 변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12일 다른 해석이 쏟아졌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도청을 하는 것은 공공연하게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미국이 우리만 집중적으로 (도ㆍ감청)했다고 하면 심각한 문제겠지만 모든 나라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 일부가 사실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육군 중장 출신인 신원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건 자체는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내용 자체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걸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왜 틀렸는지 명백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다소 오락가락하는 반응을 보이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2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일파만파인데 정부는 의혹을 규명하기보다는 합리적 문제제기를 틀어막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며 “정부는 도청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사실이라면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방미 출국길에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방미 출국길에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특히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현지시간) 방미 중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도ㆍ감청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걸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선의면 동맹국 대상으로 불법 도청을 해도 된다는 이야기인가”라며 “왜 도청당한 우리가 먼저 나서서 미국과 의견 일치한다며 감추기 급급한 건가”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미국은 사실상 기밀 유출을 인정한 것”이라며 “뺨 때린 사람은 때렸다고 인정하는데 뺨 맞은 사람은 뺨 때린 손 안 아프냐고 걱정하는 셈이다. 비굴하고 처참하다”고 말했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이러니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최근 정부ㆍ여당에서 외교ㆍ안보 사안을 둘러싼 잡음이 연달아 발생하는 걸 계기 삼아 여론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당내에선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이어 이번 사안 역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도ㆍ감청 의혹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서두르고, 대통령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 조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3일 국회 국방위 민주당 측 간사인 김병주 의원,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졸속이전 1주년 국회토론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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