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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멀미해요"…'음주車 참변' 9살 배승아양 마지막 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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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승아) 멀미해요…”(승아양 엄마) “하늘나라 가서 잘 살아”(교회 신도들).
지난 8일 대전에서 발생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음주 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9)양 발인이 11일 진행됐다. 빈소 앞에는 배양이 다니던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으로 ‘영원한 3학년 O반 친구들이’라는 조화가 놓여 있었다. 옆에는 ‘별이 된 승아양을 추모합니다’라고 쓰인 조화도 보였다.

11일 오전 대전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8일 스쿨존 음주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양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1일 오전 대전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8일 스쿨존 음주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양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날 오전 8시쯤 배양 빈소가 마련된 대전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유족이 다니는 교회 신도들이 모여 추모 예배를 했다. 8시40분쯤 배양 엄마가 딸이 평소 아끼던 인형 ‘꿀꿀이’를 꼭 껴안고 빈소를 나왔다. 이어 오빠가 영정사진을 들고 빈소 앞에 섰다. 사진 속 배양은 밝게 웃는 모습이었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친구들과 해맑게 뛰어놀던 아이였는데…” 지켜보던 유족은 지인들은 차마 발길을 떼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일부 조문객은 연신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하늘나라 가서 잘 살아"…마지막 작별 인사 

지하 1층 발인식장엔 배양이 잠들어 있는 관이 놓여 있었다. 발인식장에 들어선 엄마는 관을 부여잡고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한 줌의 재로 남을 딸과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운구는 배양 오빠 친구와 친척이 맡았다. 장의버스에 실린 배양 시신은 화장 절차를 거쳐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배양의 어머니는 취재진에게 “(딸 아이가) 가슴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는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고도 했다.

11일 오전 대전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8일 스쿨존 음주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양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1일 오전 대전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8일 스쿨존 음주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양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날 발인이 진행된 가운데 사고 현장에는 국화꽃과 젤리·과자·인형 등을 들고 배양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오후 하굣길에 들른 한 여중생은 “(우리) 학교 바로 앞에서 일어난 사고라 집에 가는 길에 들렀다. 너무 어린아이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배양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은 “뉴스를 보고 놀랐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모두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시민 추모 발길 이어져 

시민과 학생이 놓고 간 꽃과 추모 물건 속에는 배양 친구로 추정되는 학생 글도 보였다. ‘안녕 나 수아야, 승아야 편히 쉬어. 그동안 고마웠다. 내가 너 몫까지 최선을 다해 살게. 정말 고마웠어 안녕’. 한 학생이 놓고 간 분홍색 인형에는 ‘하늘나라 가서도 잘 살아’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11일 오전 대전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배승아양 발인식에서 엄마가 딸이 아끼던 인형을 꼭 안고 흐느끼고 있다. 신진호 기자

11일 오전 대전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배승아양 발인식에서 엄마가 딸이 아끼던 인형을 꼭 안고 흐느끼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추모객 가운데는 배양 또래 자녀를 둔 학부모도 있었다. 한 여성은 “오늘은 특별히 아이를 데리러 직접 학교까지 왔다. 돌아가는 길에 아이와 함께 추모했다”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처지에서 생각하면 (승아양) 엄마 슬픔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경찰 "함께 술마신 사람도 조사" 
지난 10일 가해자 A씨(66)를 구속한 경찰은 11일부터 2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와 사고 당시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8일 낮 12시 30분쯤 대전 중구 태평동 한 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지인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먼저 자리를 떴다. A씨를 포함한 9명은 8일 낮 소주와 맥주 14병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A씨도 “소주 1명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지인 8명도 차례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3시20분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 사고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할 예정이다.

11일 오전 대전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8일 스쿨존 음주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양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1일 오전 대전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8일 스쿨존 음주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양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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