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하던 통합 우승은 눈앞에서 놓쳤다. 그러나 김연경(35·흥국생명)이 올 시즌 프로배구를 빛낸 최고의 선수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김연경은 오는 10일 열리는 V리그 시상식에서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정규리그 MVP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는 2005-2006시즌부터 3년 연속 정규리그 MVP에 올랐고, 해외 무대에서 뛰다 한시적으로 복귀했던 2020~2021시즌에도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다. 1년 만에 다시 V리그로 돌아온 올 시즌 역시 가장 유력한 여자부 MVP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배구 여제'로 통하는 김연경은 올 시즌 가는 곳마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며 여자 배구 인기에 큰 몫을 했다. 성적도 훌륭하다. 정규리그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669점(전체 5위)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45.76%로 1위를 차지했다.
수비에서도 리시브 효율 8위(46.80%), 디그 10위(세트당 3.713개)에 오르면서 세계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의 기량을 뽐냈다. 총 6라운드 중 네 차례나 라운드 MVP(1·3·5·6)를 휩쓸며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 놓았다.
다만 흥국생명이 지난 6일 끝난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패하면서 역대 세 번째 단일 시즌 MVP를 독식하는 진기록은 무산됐다. 여자부에서 한 시즌에 올스타 MVP, 정규리그 MVP, 챔프전 MVP를 모두 수상한 선수는 2011-2012시즌의 황연주(현대건설)와 2018-2019시즌의 이재영(전 흥국생명) 밖에 없었다.
김연경은 지난 1월 올스타전 MVP에 올랐고, 챔프전 5경기에서도 팀 공격을 주도하며 맹활약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한국도로공사에 2승 3패로 밀려 준우승하면서 챔프전 MVP도 상대 외국인 투수 캣벨에게 넘겨줘야 했다.
김연경은 올해 FA 시장에 지각변동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V리그 6시즌을 채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시즌 중반 은퇴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챔프전 우승에 실패한 뒤 "내가 더 뛰길 바라는 팬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며 현역 연장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다만 흥국생명 잔류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연경은 "원소속 구단과 이야기를 할 거고, 다른 구단과 협상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했다.
김연경 외에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도 공격력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엘리자벳은 올 시즌 1015점으로 득점왕에 오르면서 2011-2012시즌 인삼공사의 몬타뇨(1076점)에 이어 역대 단일시즌 최다 득점 2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서브 득점에서도 세트당 0.275개를 기록해 2관왕을 차지했다.
남자부에서는 우승팀 대한항공의 세터 한선수가 1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1985년생인 한선수는 대한항공의 통합 3연패와 첫 트레블(컵대회·챔프전 우승, 정규리그 1위)을 진두지휘하면서 역대 챔프전 최고령 MVP에 올랐다. 한선수가 물 오른 공격 조율 능력을 인정 받는다면, 세터로는 남자부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게 된다.
OK금융그룹 외국인 선수 레오도 남다른 화력을 앞세워 한선수를 위협하고 있다. 레오는 올 시즌 가장 많은 921점을 올려 삼성화재에서 뛰던 2014-2015시즌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득점왕을 탈환했다.
레오는 또 V리그 최초로 4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공격 각 3개 이상 성공)을 달성했고, 남자부 역대 두 번째로 개인 통산 5000득점(5024점)도 돌파했다. 한선수와 함께 베스트7 한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