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밑에 숨은 미술관, 오름 닮은 갤러리… 힐링 부르는 제주 예술 공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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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 기자

제주도 섭지코지에 자리한 유민미술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물이다. 사진 휘닉스 호텔앤드리조트

제주도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문화 예술 공간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이 설계한 건축물, 특색 있는 미술관과 전시관이 섬 곳곳에 있다. 나들이 삼아 다녀가기 좋은 힐링 장소 세 곳을 묶었다.

휘닉스 섭지코지 유민미술관

유민미술관 초입에 돌담 너머로 성산일출봉의 걸출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진 휘닉스 호텔앤드리조트

휘닉스 섭지코지에 자리한 유민미술관은 소장품 못지않게 독특한 건축으로 이름난 장소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는데, 건물이 땅속에 폭 안겨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지상에서 지하로, 빛에서 어둠으로 향하도록 동선이 짜여 있는 셈. 얼핏 사방이 막힌 것 같지만, 돌담을 통해 한 폭의 그림처럼 성산일출봉이 내다보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윽한 형태로 빛이 스며들어온다.

‘영감의 방’ ‘명작의 방’ ‘아르누보 전성기의 방’ ‘램프의 방’ 등 전시실 네 개가 지하 공간에 숨어 있다. 201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인사이드 월드 인테리어 페스티벌에서는 ‘올해의 인테리어(The World Interior of The Year)’로 선정된 바 있다. 대표 소장품은 유리 공예 마술사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에밀 갈레(1846~1904)의 '버섯 램프'. 그 밖에도 프랑스 아르누보 예술가들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유민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에밀 갈래의 '버섯램프'. 사진 휘닉스 호텔앤드리조트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김영갑 작가가 남긴 용눈이오름의 모습. 작가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피사체가 바로 용눈이오름이었다. 사진 김영갑갤러리

방치된 폐교에 둥지를 튼 아담한 사진 갤러리다.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1957~2005)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성산읍 삼달리 안쪽에 자리해 있다. 김영갑은 제주 오름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알린 주인공이다.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18년간 제주 곳곳을 누비며 오름 사진을 담았고, 그 고난의 세월이 두모악에 간직돼 있다. 규모도 작고 건물도 낡았지만, 제주의 자연과 바람을 이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도 드물다. 지난달 24일부터 ‘구름이 내게 가져다준 행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 전시를 열고 있다.

제주돌문화공원

제주돌문화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신기한 오백장군 석상들. 사진 제주돌문화공원

이름은 돌문화공원이지만, 제주도의 생성과 인류 문화를 아우르는 박물관이자 공원이다. 97만㎡(약 29만평) 규모의 드넓은 곶자왈 대지 위에 펼쳐져 있다. 각종 석상과 돌하르방, 전통 초가 마을, 하늘 연못 등이 조성돼 있어 산책 삼아 둘러보기에 좋다. 석상 수십 기가 늘어선 ‘오백장군 군상’ 구역은 얼핏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칠레 이스터 섬, 영국 남부 솔즈베르 평원에 있는 스톤 헨지 유적을 연상케 한다.

내년 개관을 앞둔 설문대할망전시관 야외 공간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 ‘마녀2’에서 비밀연구소 ‘아크’로 등장했던 근사한 건물이 이곳이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은 제주 신화 속 캐릭터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여신, 오백장군은 설문대할망의 오백 아들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