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김의겸과 팩트 싸움도 졌다…요즘 화제되는 '편의점 간 한동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허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어떤 운동이든 지루한 수비보다 화려한 공격에 관중이 환호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도 살아있는 권력과 대차게 맞붙으며 떴다.

현 정부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주요 공격수다. 인사청문회 때부터 김남국·최강욱 의원이 쳐 놓은 ‘이모’ ‘한국 쓰리엠’ 같은 허술한 수비 라인을 시원하게 뚫어버렸다. 법사위나 본회의 때면 이중삼중으로 겹겹이 둘러싸는 민주당 의원을 떨쳐버렸다. 그래서 여권에선 손흥민의 대표팀 합류처럼 한 장관이 내년 총선의 구세주가 되길 바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그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또 다시 맞붙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그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또 다시 맞붙었다. 김성룡 기자

그런 한 장관의 돌파력이 요즘 수상하다. 객관적 전력이 한참 떨어지는 ‘자동문’ 수비수 김의겸 의원을 상대로 팩트 싸움에서 졌다. 지난달 27일 법사위 때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과거 대검 부대변인 직책을 놓고 한 장관이 “대검 부대변인 했다고요, 진짜요?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대검의 부대변인을 했다고요? 저는 처음 보는 이야기인데요”라고 강하게 부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김 의원이 맞았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같은 저질 공세를 펴다 ‘전직이 기자가 맞느냐’는 의구심을 샀던 김 의원이었기에 자신만만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의외로 단방에 역습을 허용했다. 물론 한 장관은 패배를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부대변인) 직제가 있지는 않고요. 연구관, 지금 들어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라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 한 장관의 플레이를 자세히 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24일 법사위에서 “법무부에 변호사 보수 규정이 없다”는 발언을 세 차례나 명쾌하게 했다. 하도 당당해서 당연히 맞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닷새 뒤 그는 “정정하겠다”고 했다. 틀린 걸 시인하면서 사과 표명을 하지 않자 이탄희 의원이 “유감”이라고 했지만 한 장관은 “정정해야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을 뿐이다.

요즘 정치권에선 한 장관이 질문에 답하는 대신 상대에게 논지를 교묘히 비껴가는 질문을 거꾸로 던지는 ‘반문 화법’이 화제다. 오죽하면 ‘편의점에 간 한동훈’과 같은 패러디 글이 퍼지겠나.

허진 정치부 기자

허진 정치부 기자

야구에서 투수의 돌직구 위력은 변화구 기술이 뒷받침돼야 빛을 발한다. 구속이 빨라도 직구 하나로는 노련한 타자를 이기지 못한다. ‘검수완박’ 헌재 권한쟁의심판 결과에서 보듯 최근 한 장관의 구위는 지난해 등판 초기보다 떨어졌다. 민주당이 ‘뻥 축구’를 버린다면, 한 방 대신 진루타에 집중한다면 어떻게 될까. 공격 기술은 간파당하면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 관중 눈에 보일 정도면 더욱 그렇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