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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 사건 사고' 용어부터 달랐다…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심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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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왼쪽부터), 이종석, 이미선 헌법재판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사건 첫 준비기일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왼쪽부터), 이종석, 이미선 헌법재판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사건 첫 준비기일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쟁점 정리에 앞서 용어 사용부터 정리하겠습니다.”

4일 오후 2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의 첫 준비기일. 주심 이종석 재판관은 이같이 말하며 헌정 사상 네 번째 탄핵심판의 문을 열었다.

이 장관 탄핵소추의 발단이 된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청구인인 국회 측은 ‘1029 이태원 참사’, 이 장관 측은 ‘이 사건 사고’라고 각각 부르며 시각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종석 재판관은 “재판부는 국정조사 보고서와 탄핵소추 의결서에 기재된 용어에 기반해 ‘이 사건 참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고, 양측이 동의했다.

준비기일에는 당사자 참석 의무가 없어 국회 탄핵소추안의 당사자인 김도읍 법사위원장과 탄핵심판 당사자인 이상민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진선미 의원이 참석해 재판을 일부 지켜봤다.

헌재통 vs 대법관 출신…변호인단 경쟁도 팽팽

윤용섭 변호사(가운데), 김능환 전 대법관(오른쪽)이 이상민 장관 측을 대리한다. 연합뉴스

윤용섭 변호사(가운데), 김능환 전 대법관(오른쪽)이 이상민 장관 측을 대리한다. 연합뉴스

이번 탄핵심판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 2021년 임성근 판사 탄핵심판 이후 첫 장관 탄핵 사건이다. 검찰 출신 김종민·최창호 변호사가 국민의힘 추천 대리인으로, 민변 회장을 지낸 장주영 변호사와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 추천 청구인(국회) 측 대리인으로 나섰다.

이상민 장관도 대법관 출신과 헌재 출신으로 맞섰다. 김능환 전 대법관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을 받아낸 헌재 연구부장 출신 윤용섭 변호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현철 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모두 이 장관이 장관 취임 전 근무했던 법무법인 율촌 소속이다.

이 장관 측,“사후 확증편향, 정치적 추궁” 주장 

재판부는 탄핵소추안의 내용을 ‘사전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등 크게 시간순으로 정리해 쟁점을 짚었다.

사고 전 예방의무에 대해 이 장관 측은 “(다중밀집으로 인한) 인명사고는 재난이 맞는다”면서도 “‘다중 밀집’ 자체는 재난안전법에도 없고, ‘재난’으로 봐야 하는지 사회적·개념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핼러윈 인파가 몰리는 현상이 예방조치의 대상이 되는 재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참사 결과는 참혹하지만 이 사고 발생 전에는 사람이 좀 모인다고 해산시키면 ‘이상하다? 국가가 왜 금지하느냐?’고 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따지면 광화문 집회도 하면 안 되고, 사후적으로 확증편향에 따라 일방적으로 ‘국가가 모든 걸 책임지라’는 건 정치적 추궁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사고 발생 직후 즉각 대응하지 않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가동도 하지 않았다는 탄핵소추안에 대해 이 장관 측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가동됨으로써, 협조요청·인력지원 등 기능적으로 사실상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 중수본을 따로 가동할 필요가 없었다”며 “행안부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당연한 절차”라고 답변했다.

“행안부 장관, 현장과 직접 관련 없고 관여할 수도 없다”

이상민 장관 측은 "행안부 장관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과 직접적 관련 없고 관여할 수도 없다"는 주장을 폈다. 뉴스1

이상민 장관 측은 "행안부 장관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과 직접적 관련 없고 관여할 수도 없다"는 주장을 폈다. 뉴스1

이 장관 측이 가장 구체적으로 다툰 부분은 ‘행안부장관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었다. 김능환 전 대법관이 처음 입을 연 부분도 이 지점이다. 이 장관 측은 재난안전법 52조를 들어 “경찰력 투입, 구급차 진·출입을 위한 지휘, 의료인력 투입 및 이송체계 지휘 등은 긴급구조통제단장인 소방서장의 역할”이라며 “필요시 중앙 긴급구조통제단까지 동원될 수 있고, 행안부장관은 재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과 직접적 관련이 없고 관여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구인 측은 “긴급구조통제단장은 현장 인원 통제하는 역할에 한정된다”며 “경찰인력·구급요원 등을 새로 투입하는 결정은 중대본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과거 이태원 등 밀집지역, 남산 해돋이 등 다른 밀집 상황, 이태원 참사 당시 주변에서 진행된 집회 경찰동원 현황 등을 보고받았는지 자료를 받아보고, 행안부의 개입 정도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증거 다툼도 치열…“필요시 현장검증”

청구인 측은 종합적으로 “헌법상 직무를 저버린 위법이 중대하고, 선출직이 아니므로 직무수행을 계속하는 것의 공익이 크지 않고 파면의 영향이 없다”며 탄핵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 측은 “법률을 위반한 행위가 없고, 설령 있더라도 직무 수행을 의도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며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이라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증거 채택과 관련해 청구인 측은 “수사기록을 본 뒤 필요시 현장검증도 신청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소추사유와 직접 관련 있는 문건만 제출해달라, 관련이 없으면 채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양측에 일렀다. 방대한 수사기록이 통째로 제출될 경우 재판이 한없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증거·증인과 관련해 합의할 사항이 남아, 오는 18일 오후 2시에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변론절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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