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소득 1억’ 홍어썰기 기술…회사도 그만두고 배우러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20면

흑산도 홍어썰기학교에서 수강생들이 손질한 홍어를 포장하고 있다. [사진 신안군]

흑산도 홍어썰기학교에서 수강생들이 손질한 홍어를 포장하고 있다. [사진 신안군]

전남 구례에 살던 최참(38)씨는 지난 2월 직장을 그만두고 전남 신안에 정착했다. 그는 가족이 있는 신안에서 살기 위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흑산도 ‘홍어썰기학교’를 알게됐다. 최씨는 흑산도가 전국 최대 홍어 주산지라는 점을 감안해 홍어썰기학교에 지원했다. 그는 “홍어 써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기만 해도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신안군 홍어썰기학교에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 올해로 4년째인 홍어썰기학교는 2020년 신안군 관광협의회 흑산지회 주관으로 문을 열었다. 흑산도 주민들의 고령화로 인해 명절이나 대목에 홍어를 써는 인력이 부족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했다. 홍어썰기학교 최서진 교장은 “홍어썰기 숙련자는 인원도 적고 대부분 나이가 많아 주문량을 다 공급하지 못할 때도 있다”며 “올해는 25명 모집했는데 일찌감치 지원자가 다 찼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의 연령은 32세부터 71세까지 다양하다. “홍어만 잘 썰면 1년에 1억원도 벌 수 있다”는 게 입소문을 타면서 신안을 비롯해 대구와 전남 구례 등에서 지원자가 찾아오고 있다. 흑산도에 살지 않는 수강생은 목포에서 2시간 정도 배를 타고 와야 하지만,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수강생들은 “자격증을 딴 이후 식당에 취업하거나 개인 식당을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어썰기학교는 개교 후 2년간 26명만이 수료할 정도로 초기엔 흑산면 등 지역 주민만 찾아왔다. 이후 수강생이 늘어나더니 지난해 3기에만 23명이 과정을 마쳤다. 학교 측은 홍어썰기 숙련자가 일찌감치 고령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타 지역 지원자의 나이를 45세 이하로 제한했다.

올해 강좌는 오는 11일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흑산면주민센터에서 열린다. 신안군은 실습용 홍어를 무료로 제공하고, 수업료도 받지 않는다. 수업은 홍어 숙성, 썰기, 포장방법 등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강사는 조형자(69·여)·안현주(55·여)씨 등 두 명이다. 흑산면에서 20년 이상 홍어를 썰어 온 이른바  ‘홍어썰기의 달인’이다. 홍어는 일반 생선과 달리 손질 방법이 까다로운 편이다. 부위별로 자르는 방법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 ‘홍어썰기 달인’도 40분가량 손질을 한다. 초급자의 경우 홍어 한 마리를 손질하는 데만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강좌를 모두 마치면 초급·중급·고급·장인 등 등급별로 홍어썰기 민간자격증 시험을 치른다. 초급은 2시간 이내에 수컷 6.2㎏을, 장인 등급은 60분 이내 암컷 8.2㎏를 손질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홍어썰기 초급 민간자격증 합격자는 32명이며, 합격률은 60~70% 수준이다.

홍어썰기학교 측은 “홍어 써는 방법을 배우는 게 쉽지 않아 합격률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올해는 초급 민간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중급 민간자격증 시험을 보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어학교를 졸업하면 홍어전문 판매장이나 음식점을 차릴 수 있다. 홍어썰기학교 3기 수료생인 정태연(42·여)씨는 지난해 9월 전남 목포에 홍어 판매점을 열었다. 고향 친구 소개로 홍어썰기학교를 수료한 후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를 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홍어를 팔아 3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열심히 연습하니 지금은 한 시간 내에 한 마리를 손질할 수 있게 됐다. 중급 자격증도 취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서진 교장은 “홍어썰기학교는 흑산도 홍어의 위상과 신안군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운영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