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사태 후폭풍에… '금융안정계정' 도입 탄력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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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의 부실 발생 이전에 자금 지원을 가능토록 하는 금융안정계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금융안정계정 설치 방안을 담은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올렸는데, 그간 논의는 멈춰있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세계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감이 번지자 선제 대응책의 하나로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다시 수면위에 떠올랐다.

실리콘밸리은행. EPA =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 EPA =연합뉴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SVB은행 파산, 크레디트 스위스의 파산에 이어 전 세계적인 은행 파산에 대한 확산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은행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기금 내에 ‘금융안정계정’을 신설해 긴급시 정부가 유동성을 지원하게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계정 신설 방안을 담은 개정안이 나온 건 처음이 아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 발의안은 지난해 11월, 정부 안은 같은 해 12월 국회에 제출됐다. 다만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채 논의는 수면 아래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금융권 위기 가능성이 불거지자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에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안정계정은 그간 뒷순위로 밀려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국회도 최근의 상황을 감안해 금융안정계정 도입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초 오전 중에 논의가 끝날 것으로 보였으나 여야 모두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해 이날 오후까지 회의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사가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을 때 예보 기금을 통해 선제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예보 기금엔 은행(10조9422억원), 손해보험(1조6885억원), 생명보험(5조4663억원), 금융투자회사(4094억원), 종합금융회사(359억원) 등의 계정이 있다. 이런 계정에 있는 기금은 위기가 터져야 활용이 가능하다. 실제 저축은행 계정의 경우 기금이 현재 마이너스(-)인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활용된 결과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금융안정계정의 경우 이와 달리 위기 도래 전에 지원이 가능토록 한다. 사고 이후 수습을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전에 위기 징후가 나타났을 때 미리 지원해 부실화를 막자는 것이다.

선제 지원 요건은 금융시장 급변에 따른 유동성 경색 등의 사유로 금융 중개 기능이 원활하지 못할 우려가 있을 때나 금융시장 혼란 방지를 위해 금융회사의 재무 구조 개선 또는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경우 등이다.

재원은 다른 기금 계정처럼 미리 쌓아놓는 것은 아니고, 필요시 기존 예보기금 내 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 보증료 수입금, 예보기금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충당한다.

주요국도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채무보증프로그램(DGP)과 일본의 ‘위기대응계정', 유럽연합(EU)의 은행 정상화 정리지침(BRRD) 등이다.

도입 논의의 물꼬는 트였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을 포함해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도 예금자 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는 예금자 보호 한도 관련 개선 방안은 별도로 오는 8월에 마련한다는 방침인데 패키지로 논의할 경우 합의가 미뤄질 수도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금융안정계정 재원 마련 방안을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금보험료의 요율을 올리는 방안 등을 통해 계정에 미리 적립하는 방안 등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회사에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쌓여있는 다른 기금 계정으로도 금융안정계정 활용이 가능하다”라며 “제도 취지와 운영 방안을 충분히 국회에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외 금융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도입이 가능토록 국회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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