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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두달 넘긴 허남훈 환경처장관(일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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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경정책 목소리 높이겠다”/오염 기준치 강화 실현가능성 따져야/수시로 수질검사… 「맛 좋은 수도물」 공급
지난 여름 제2차 수도물파동과 행락쓰레기파동에 이어 최근에는 우리나라 환경기준치의 타당성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매스컴에서는 매일같이 환경·공해관련 보도가 나오는 등 환경문제는 이제 국민 모두가 피부로 느끼는 중대 관심사가 됐다.
연탄 등 난방연료 사용으로 대기오염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겨울의 문턱에 취임 두달을 갓 넘긴 허남훈 환경처 장관(54)을 만났다.
허 장관은 재무부·상공부 간부를 거쳐 70년대말 초창기 동자부의 기틀을 세웠고 공업진흥청장·상공부차관 등을 역임한 전천후 경제통. 사석에서는 아랫사람을 편안하게 풀어주면서도 업무에서는 매섭게 챙기는 그는 빠른 발걸음으로 「환경인」이 되어 있었다.
『환경처가 논리를 갖고 정부 부처내에서 힘찬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앞에는 헤쳐나가야 할 난제들이 꽤나 쌓여 있다.
­장관께서도 서울의 대기오염을 실감하십니까.
▲휴일엔 서울 개포동 부근 구룡산에 올라가곤 하는데 뿌연 도심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승용차를 타고 갈 때 버스 옆에 서면 매연이 연상돼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대체로 차문을 닫고 다니는데 「이젠 자연스런 공기도 못 마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이 자리에 앉고 나서는 어떤 사명감마저 느낍니다.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은 매연이 심한 경유(디젤)차가 전체의 43%나 되기 때문이지요. 일본은 13%,미국은 3%에 불과한데. 경유차 연료를 LPG 등 무공해 연료로 전환하는 등 각종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환경행정에 대해 오염측정치를 못 믿겠다거나 여러 사안에 있어서 환경처가 제대로 제동을 안걸고 있다는 등 불신감을 가진 시민·단체도 적지 않은데요.
▲오염측정치를 매일 발표하고 누구나 그 자료를 입수할 수 있도록 해 의구심을 해소시키겠습니다. 그 동안은 연·일 평균치로 하는 바람에 상당수 「정상」으로 나타나 시민들의 느낌과 거리가 있었지만 아황산가스 등의 1시간 평균기준치를 곧 제정하면 그런 문제가 없어질 겁니다. 은폐는 하지 않습니다. 또 매달 측정치를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겠습니다. 국회가 끝나면 공해추방운동연합 등 공해단체의 간부들과 만나는 자리도 가지겠습니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대기환경기준치가 외국보다 너무 높게 설정돼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물론 환경처도 검토하고 있던 문제입니다. 다만 환경기준치는 그 나라의 경제·사회여건과 걸맞는 실현가능성이 있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경제성장·국민욕구수준 상승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당장 크게 강화해버리면 가령 연탄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거나 국가의 경제적 부담을 천문학적으로 늘리는 등의 무리한 시책을 써야 합니다.
­최근 페르시아만사태 이후 유가가 상승하면서 동자부의 요청에 따라 고 유황유 사용가능 지역이 일부 확대되는 등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시책이 후퇴되는 듯한 조짐이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 일시적으로 수급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오염이 낮은 지역과 발전소에서 쓸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완화한 것입니다. 대기오염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대기오염 시책이 뒷걸음질하는 일은 없게 하겠습니다. 에너지 당국도 환경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소홀히 하지 못할 것입니다.
­환경처가 「힘없는 부처」라는 소리를 간혹 듣곤 합니다. 또 환경문제에 있어서 정부 부처내 총괄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환경처가 예산 등을 힘차게 따올 수 있도록 환경관련 이론과 논리를 정립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한 뒤 직원들이 관련부처와 악착같이 싸우는 투지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환경보전 문제는 산업·에너지·교통·축산·수산 등 각종 정책과 맞물려 있는 만큼 환경처는 각 시책에 대해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환경처의 총괄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환경보전위원회를 적극 활용,관계부처의 협조를 요청하겠으며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환경정책 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듯 환경관련 입법 또는 사업을 하는 중앙부처나 시·도는 환경처와의 사전협의를 의무화하겠습니다.
­환경행정 전반에서 어떤 분야에 제일 중점을 두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지요.
▲하수처리시설·쓰레기매립장·도시가스 배관망 등 환경기초시설이 워낙 부족해 이에 대한 집중투자를 이루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회간접자본에 비해 전근대적이라 할 정도로 투자가 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국의 하수처리장은 18곳 뿐으로 하수처리율이 고작 28% 선이어서 영국의 98%,미국의 72%에 비교해 볼 때 부끄러운 형편이며 이는 곧 수질오염의 가중을 의미합니다. 또한 하수처리장이 있더라도 오수와 빗물의 분리관 시설이 도시에 거의 되어 있지 않아 하수처리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실정입니다.
투자재원 확보와 함께 오염의 발생량을 줄이는 시책도 병행하겠습니다.
­국민들이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환경문제의 하나는 수질입니다. 수도물 수질개선을 위한 복안이 있습니까.
▲수도물에 대한 불신을 없애도록 하고 맛도 좋은 수도물이 공급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동안 보사부가 맡고 있던 상수도 수질관리·검사기능과 건설부가 맡았던 하수종말처리기능 및 상수도 보호구역 지정·관리기능이 내년부터 환경처로 넘어와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수도물 수질을 수시로 검사,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시·도에 즉각 통보해 수질을 개선시키는 한편 주기적인 수질검사 결과를 국민들에게 완전히 공개,불신이 사라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수도권 및 중부권 1천8백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와 대청호 주변 9억평을 수질보전특별대책 지역으로 지난 7월 지정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공해공장·관광호텔·대형축산시설 등 오염원이 들어서지 않도록 엄중관리해 수질을 향상시키겠습니다.
­내년부터는 공해배출업소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되는 데 기업측에 무엇을 당부하고 싶은지요.
▲내년 2월부터 배출부과금이 높아지고 처벌형량도 무거워지며 기동단속반의 활동도 강화됩니다. 이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기업경쟁력을 확충한다는 의미에서 환경기술개발에 노력해주기 바랍니다. 이제는 환경보전이 성장과 생산성향상의 촉진제라는 인식을 가질 때입니다.
환경처는 연내에 전문가들로 「환경기술지원단」을 구성해 진단·기술지도 등 서비스도 강화하겠습니다. 여러 곳의 공장들을 다녀보니 중소업체들은 오염방지 설비를 하려 해도 기술·정보가 없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 동안은 주로 기업을 지원하는 행정만 하다가 기업규제 업무를 맡는 데 따른 시각조정의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그 점을 걱정하는 분도 있었던 것 같으나 기업속성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강력한 시책을 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협조를 얻어가면서 설득,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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