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앞 하와이서 온 과자 택배…그 안엔 20억원어치 갈색가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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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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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發 ‘오발송’ 택배가 마약 추적 실마리

2021년 7월 부산 사상구 한 빌라촌에 의문의 상자가 배달됐다. 발신처가 미국 하와이로 돼 있는 종이상자 안에 든 건 포장지에 든 초콜릿 과자와 빵 등 군것질거리였다. 그런데 과자 봉투를 걷어내자 투명한 비닐에 압착 밀봉된 갈색 가루가 나타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나뭇잎을 말려 잘게 썰어낸 듯한 가루 정체가 마약류인 대마인 것을 확인했다. 발신인을 역추적한 경찰은 하와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A씨(32)가 대마와 코카인·엑스터시(MDMAㆍ메스암페타민계 환각제) 등 마약을 과자 상자에 숨겨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검거된 클럽 MD 츨신 마약공급 총책 A씨는 이같이 과자상자 틈에 밀봉된 마약을 숨겨 국제우편으로 국내에 들여보냈다. 사진 부산경찰청

검거된 클럽 MD 츨신 마약공급 총책 A씨는 이같이 과자상자 틈에 밀봉된 마약을 숨겨 국제우편으로 국내에 들여보냈다. 사진 부산경찰청

A씨는 마약을 국내로 부칠 때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빈집 등 주소를 적고, 배달된 곳 앞에 놓여 있는 택배 상자를 일당이 가져가게 하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2021년 7월 부산 사상구로 보낸 우편은 A씨 일당이 수거하기 전 경찰에 신고돼 추적의 단서가 됐다.

과자 속 숨긴 마약, 전국 클럽 유통됐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수법으로 하와이에서 마약을 들여와 유통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 등 밀반입 사범 3명을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과자 포장지 틈에 눈에 띄지 않도록 밀봉한 마약을 숨겨 국제우편을 부치는 수법으로 2021년 7월부터 이달 초까지 10회에 걸쳐 코카인과 MDMA 등 10㎏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가 20억원, 한 번에 2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A씨가 과거 서울 강남의 한 클럽 MD(클럽 손님을 유치하고 술값 등 수수료를 받는 영업 관리직원)로 일하다 2018년쯤 마약 공급 사건에 연루돼 수배됐던 인물인 것으로 파악했다. 도피차 하와이로 간 A씨가 이곳에서도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마약 공급 관련 수사가 엄격한 미국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마약을 구했는지 등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하와이에서 국내로 보낸 A씨 우편 송장 기록 50건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마약을 포함한 것으로 확인된 우편은 10건이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2021년 7월부터 이달 초까지 하와이에서 국내로 코카인 등 마약류 10kg을 유통한 일당을 적발하고 마약을 압수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은 2021년 7월부터 이달 초까지 하와이에서 국내로 코카인 등 마약류 10kg을 유통한 일당을 적발하고 마약을 압수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A씨 마약은 이른바 ‘던지기’ 혹은 대면 거래를 통해 국내에 유통됐다. 던지기는 돈을 내면 약속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가는 비대면 거래 수법을 말한다. 마약을 사들인 이들은 서울과 부산·대구 같은 대도시 소재 클럽 20여곳에서 일하는 MD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승주 부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마약을 소지한 MD들은 엑스터시 한 알당 7만~15만원을 받고 주로 클럽 손님에게 팔았다. 구매자는 모두 20대 초반으로 클럽 화장실 등지에서 마약을 투약했다”며 “마약을 사들여 유통한 클럽 MD 22명과 투약자 44명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는 7월까지 마약류 집중단속 기간에 맞춰 클럽과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마약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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