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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위한 행진곡 작곡가 지키기?’...조례안 놓고 세종시의회·세종시 갈등 증폭

중앙일보

입력

출자·출연기관 운영 관련 조례안 개정을 놓고 세종시와 세종시의회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정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

최민호 세종시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정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

세종시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종시의회가 처리한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출자·출연기관 개정안)을 공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종시의회가 투표 과정에서 사무처 직원 실수로 빚어진 ‘조례안 가결’ 사태를 바로 잡지 않고 통과시켰다는 게 이유다. 세종시는 절차상 하자를 밝히기 위해 대법원 제소와 행정소송 등을 검토 중이다.

세종시, 대법원 제소·행정소송 등 대응 

세종시의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출자·출연기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시장 추천 3명, 시의회 추천 2명, 이사회 추천 2명을 시장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3명, 이사회 추천 2명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치단체장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지방의회 권한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의회 국민의힘측은 “우리 당 소속 의원이 실수로 법안 찬성 버튼을 눌렀다가 곧바로 정정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런 사실은 (시의회) 입법담당관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민호(국민의힘) 세종시장은 "이 조례안은 상위법인 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지방출자출연법) 위반 소지가 있고 기관 운영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최 시장은 시장과 시의회, 기관 이사회 추천 각각 3명으로 균등하게 구성하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출자·출연기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세종시의회]

세종시의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출자·출연기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세종시의회]

하지만 세종시의회는 지난 20일 해당 조례안을 집행부인 세종시로 이송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조례안은 닷새(5일) 안에 자치단체장이 공포해야 하지만 시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상병헌 의장이 대신 공포할 수 있게 됐다.

최민호 시장, 조례안 공포 거부…의장이 공포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관련 법(지방출자출연법) 가운데 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 관련 사항은 ‘정관 기재사항’이다. 정관에 기재할 사항을 조례에 규정하는 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세종시 해석이다.

지방출자출연법은 출자·출연 기관이 자체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명시했지만, 세종시의회가 통과시킨 개정 조례안은 출자·출연기관이 일률적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지방 출자·출연 기관 인사·조직 지침’을 제정,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했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 출자·출연기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세종시의회]

세종시의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 출자·출연기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세종시의회]

세종문화재단 대표 때문? 
일각에선 세종시의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조례 개정에 나선 배경으로 특정 산하기관장 임기를 지키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조례안이 확정되면 가장 먼저 적용되는 기관이 세종문화재단이라고 한다. 현 세종문화재단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66)씨다. 전남 강진 출신으로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김 대표는 전임 민주당 이춘희 시장 때 선임됐다. 이어  6.1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지난해 2월 연임됐다. 김 대표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세종시의원 20명 중 민주당이 13, 국민의힘은 7명이다.

최민호 시장은 2025년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유치하고, 2027년 세계대학경기(유니버시아드)를 치르기 위해 문화재단 이름을 문화관광재단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대표이사는 공모절차를 거쳐 다시 뽑아야 한다. 세종시 관계자는 "국제정원도시박람회는 시장 임기 동안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와 세종시의회 내부에선 일부 시의원이 ‘조례안 개정안 재의’를 조건으로 의원 전원에게 재량사업비 배정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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