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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 심어야"…산하 기관장 임명권 놓고 지방의회·단체장 밥그릇 싸움

중앙일보

입력

자치단체장이 거부권을 행사한 조례 개정안을 지방의회가 가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치단체장을 견제하겠다는 취지인데 공직 내부에선 다수당 횡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세종시의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세종시의회]

세종시의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세종시의회]

세종시의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출자.출연기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시장 추천 3명, 시의회 추천 2명, 이사회 추천 2명을 시장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3명, 이사회 추천 2명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치단체장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지방의회 권한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최민호 시장 "관련 법 위반 소지" 반대 

최민호 세종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채성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이 지난달 10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재의를 요청했다. 최민호 시장은 "상위법인 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지방출자출연법) 위반 소지가 있고 기관 운영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관련 법(지방출자출연법) 가운데 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 관련 사항은 ‘정관 기재사항’이다. 정관에 기재할 사항을 조례에 규정하는 건 관련 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게 세종시 설명이다.

세종시의회 임채성 의원(행정복지위원장)이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의회]

세종시의회 임채성 의원(행정복지위원장)이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의회]

지방출자출연법은 출자·출연 기관 자율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세종시의회가 통과시킨 개정 조례안은 출자·출연기관이 일률적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지방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 지침’을 제정,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했다.

행정안전부. 지방 출자·출연기관 독립성 보장

개정 조례안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방자치법에 따라 최민호 세종시장은 가결된 조례를 닷새(5일) 안에 공포해야 한다. 최 시장이 이를 거부하면 세종시의회 상병헌의장이 직접 공포할 수 있다. 세종시는 행정소송과 함께 대법원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종시의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세종시의회]

세종시의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세종시의회]

세종시의회 내부에선 개정 조례안 통과 과정을 놓고도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투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조례안은 시의원 20명 가운데 1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조례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14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세종시의회 의석 분포는 민주당 13명, 국민의힘 7명이다.

투표 과정 오류 발생…세종시의회 의장 '가결'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김광운 의원은 본회의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당 소속 의원이 실수로 법안 찬성 버튼을 눌렀다가 곧바로 정정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런 사실은 (시의회) 입법담당관도 인정한 것으로 재투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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