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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봐도 묘한 동백꽃 흐드러졌다…그 서천서 봄에만 먹는 별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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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수령 300년이 넘는 동백나무도 보고 언덕 위 정자에서 바다도 내다볼 수 있다.

충남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수령 300년이 넘는 동백나무도 보고 언덕 위 정자에서 바다도 내다볼 수 있다.

동백꽃과 주꾸미.

충남 서천 마량리에서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식물과 수산물을 내세워 축제를 연다. 그렇다고 카르보나라 불닭볶음면처럼 황당한 조합은 아니다. 동백꽃과 주꾸미 모두 봄을 알리는 지표여서다. 동백꽃을 감상하며 산책하고 맛이 잔뜩 오른 주꾸미를 맛보는 축제가 무려 4년 만에 돌아왔다. 이달 18일부터 4월 2일까지 진행되는 축제 현장을 하루 앞선 17일에 가봤다.

300년 묵은 동백 숲 

서천 마량리는 동백나무의 북방한계선에 자리한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동백꽃이 만개할 전망이다.

서천 마량리는 동백나무의 북방한계선에 자리한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동백꽃이 만개할 전망이다.

동백은 난대 수종이다. 제주도나 전남 강진 백련사, 여수 오동도처럼 따뜻한 남도 지방이 살기 좋은 동네다. 겨울이 추운 중부 지방 위쪽에서는 구경하기 쉽지 않다. 태안 천리포수목원이나 인천 대청도에도 동백꽃이 피지만 예부터 서천 마량리가 동백의 북방한계선으로 알려졌다.

마량진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동백 군락지가 있다. 약 300년 전에 심은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바다를 바라보는 야트막한 언덕에 숲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 심은 어린 동백나무까지 더하면 780여 그루에 이른다. 과거 지방 관리가 방풍림으로 동백을 심었다는 전설도 있고, 바다에 떠 있던 꽃다발을 가져와 심었더니 동백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진위를 떠나 언덕 정상부에 있는 정자 '동백정'에서 붉은 동백 숲과 푸른 바다, 바위섬 '오력도'가 어우러진 풍광을 보면 이 동백 숲이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는 게 수긍이 간다.

동백꽃은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도 아름답다. 낙화한 상태에서도 한참 동안 생기를 유지하고 있다.

동백꽃은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도 아름답다. 낙화한 상태에서도 한참 동안 생기를 유지하고 있다.

동백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선홍빛 꽃잎과 샛노란 수술, 매끈한 초록 잎사귀가 어우러져 시선을 잡아끈다. 한 나무에서도 시간을 두고 여러 꽃송이가 피었다가 진다. 만개해도 60%만 나무에 매달려 있고, 나머지는 바닥에 깔려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한 송이 한 송이를 보면 목숨 다한 생물을 보는 것 같아 처연하고,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새빨간 융단이 깔린 것 같다. 하여 동백은 '낙화(落花)'도 매혹적이다. 지난 17일 개화율은 10~20% 수준이었다.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가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동백정 옆에는 예부터 마을 주민이 풍어제를 지낸 나무가 있다. 축제 기간 나무 울타리에 소원을 적어서 걸 수 있다.

동백정 옆에는 예부터 마을 주민이 풍어제를 지낸 나무가 있다. 축제 기간 나무 울타리에 소원을 적어서 걸 수 있다.

마량리 동백 숲은 아담하다.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노인도 운동 삼아 걷기에 부담이 없다. 약 20분이면 다 둘러본다. 그러나 축제 기간에는 조금 더 머물며 숲을 즐겨도 좋겠다. 축제를 주관한 서면개발위원회 강구영 위원장은 "숲에서 보물 카드를 찾으면 5000원어치 특산품으로 바꿔준다"며 "동백정 옆에는 풍어제를 지낸 소원나무에 소원을 적는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냉이·김 넣은 국물 맛 일품

마량진항과 홍원항 식당은 매해 봄마다 주꾸미를 대표 메뉴로 내세운다. 무침이나 볶음도 맛있지만 주꾸미 고유의 맛과 시원한 국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샤부샤부를 추천한다.

마량진항과 홍원항 식당은 매해 봄마다 주꾸미를 대표 메뉴로 내세운다. 무침이나 볶음도 맛있지만 주꾸미 고유의 맛과 시원한 국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샤부샤부를 추천한다.

봄철, 동백 숲을 걷는 사람 대부분은 주꾸미를 먹으러 간다. 아니면 주꾸미를 먹고 배를 꺼뜨리려 동백 숲을 걷는다. 마량진항은 요즘 어디를 가나 주꾸미 광고를 볼 수 있다. 마량진항이 동백꽃주꾸미축제 주 무대로, 축제장에서 주꾸미를 먹을 수 있다. 마량진항에서 2.3㎞ 떨어진 홍원항에도 주꾸미 요리를 잘하는 식당이 많다.

어민들이 그물로 잡은 '낭장 주꾸미'는 크기가 낙지만 하다. 시세는 물때와 어획량에 따라 매일 다르다.

어민들이 그물로 잡은 '낭장 주꾸미'는 크기가 낙지만 하다. 시세는 물때와 어획량에 따라 매일 다르다.

주꾸미는 봄에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굳이 '알려져 있다'고 한 건 가을 주꾸미가 낫다는 주장도 있어서다. '가을 주꾸미파'는 산란기 주꾸미는 영양분이 알에 집중돼 살 맛이 덜하다고 말한다. 한데 봄 주꾸미는 왜 유명할까? '알 밴 주꾸미'를 봄에만 맛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어시장과 식당에서 만난 관광객 대부분이 "알 주꾸미를 더 달라. 이것 먹으러 여기까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천의 별미, 주꾸미 샤부샤부. 다리는 살짝만 익혀서 먹고 알과 내장이 든 머리는 충분히 익힌 뒤에 먹어야 한다.

서천의 별미, 주꾸미 샤부샤부. 다리는 살짝만 익혀서 먹고 알과 내장이 든 머리는 충분히 익힌 뒤에 먹어야 한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이어서 홍원항 ‘해마루횟집’에서 주꾸미 요리를 맛봤다. 이맘때 서천을 비롯한 충남 해안지역에서 많이 먹는 '주꾸미 샤부샤부'와 주꾸미 무침을 주문했다. 역시 별미는 샤부샤부였다. 배추, 콩나물 같은 기본 채소 외에 향긋한 냉이와 물김까지 넣은 국물은 그 자체로 봄 향기가 물씬 풍겼다. 산 주꾸미를 펄펄 끓는 육수에 담갔다. 볶음용으로 먹는 수입산 주꾸미보다 서너 배는 커 보였다. 세발낙지와 맞먹었다. 다릿살은 탱글탱글했고 내장이 들어있는 머리는 감칠맛이 강했다. 다만 머리는 많이 먹기엔 물리는 맛이었다. 새콤달콤한 무침을 번갈아 먹으니 괜찮았다. 해마루횟집 김홍영 사장은 "손님들이 알 주꾸미를 찾지만 정작 남기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2017년 마량진항에 들어선 '성경 전래지 기념관'. 1816년 중국을 들렀다가 탐사 차 조선을 찾은 영국 군이 최초로 성경을 건넨 사건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2017년 마량진항에 들어선 '성경 전래지 기념관'. 1816년 중국을 들렀다가 탐사 차 조선을 찾은 영국 군이 최초로 성경을 건넨 사건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주꾸미 시세는 그날그날 다르다. 물때에 따라 어획량이 달라서다. 17일 어시장에서는 주꾸미 1㎏이 3만3000~4만원, 식당에서 먹은 샤부샤부 1㎏은 6만원이었다. 축제장에서 판매하는 주꾸미 샤부샤부 1㎏(2인분) 가격은 5만8000원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어린이 주꾸미 낚시, 선상 유람 투어 같은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축제장 인근에는 2017년 개장한 '성경 전래지 기념관'도 들러볼 만하다. 조선 후기인 1816년, 탐사 차 마량진을 방문한 영국의 머리 맥스웰 함장이 조대복 첨사에게 성경을 건넨 사건을 기념하는 장소다. 교과서에 없는 조선 근대 역사를 살필 수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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