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스마트폰 뱅크런’에…위기설 36시간 만에 초고속 파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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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위기설 이틀 만에 무너진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마트폰 뱅크런으로 하루 만에 56조원이 빠져나갔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SVB의 위기 소식을 듣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순식간에 예금을 인출한 현상(뱅크런)에 주목했다.

지난 8일 SVB는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하면서 22억5000만 달러의 신주 발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후 9일 증시에서 SVB 주가가 폭락했다. 이 소식이 스타트업에서 많이 쓰는 사무용 메신저 슬랙에 전해지면서 뱅크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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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스타트업 ‘커버리지 캣’의 맥스 조 설립자는 9일 한 창업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을 때를 회상하며 “뱅크런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료 창업자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두드려 SVB 은행에서 실시간으로 회사 자금을 빼냈고, 그 역시 회사 잔고 이체를 시도했지만 이미 돈이 묶여 있었다고 전했다.

WSJ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은행 실버게이트 청산 등 실리콘밸리에 불어닥친 흉흉한 소식들과 맞물려 이 지역에서 더 발작적인 반응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결국 40년간 실리콘밸리의 자금줄 역할을 해 온 SVB가 단 36시간 만에 붕괴했다고 WSJ는 짚었다.

한편 미 정부가 SVB 인수자를 찾고 있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관심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게임용 컴퓨터 판매업체 레이저(Razer)의 CEO 민 리앙 탄이 지난 11일 “트위터가 SVB를 인수해 디지털 은행이 돼야 한다”고 트윗을 올리자 머스크가 “그 생각에 열려 있다(I’m open to the idea)”고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테슬라 투자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가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테슬라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영국 고객의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HSBC가 SVB 영국지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가격은 1파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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