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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반도 '북핵 두통' 더 악화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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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07년은 전 세계 지도자들의 세대교체로 시작된다. 10년을 집권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물러나고,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1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게 된다. 세계평화의 수장인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는 코피 아난 총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의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앉는다. 영국의 권위지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21일 발표한 내년도 세계정세 예측인 '2007년 세계(The world in 2007)'의 핵심이다. 이 잡지는 내년 세계경제가 성장률이 약간 둔화하는 선에서 연착륙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경제의 급랭으로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2%대의 완만한 경제성장이 예상되며 중국.인도.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는 7%대의 높은 성장이 나타날 전망이다. 내년에도 지구온난화와 석유 고갈을 해결하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세정.최지영.박신홍 기자

임기 말 노 대통령, 금강산관광.개성공단에 집착할 듯
블레어.시라크 퇴임 등 세대교체 바람 … 경제는 연착륙

#미국 : 힘 빠진 부시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2007년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중간선거 패배로 조기 레임덕 현상이 심화하면서 '힘 빠진 부시호'는 국내외적으로 힘겨운 항해를 각오해야만 할 것이다. 세상은 부시 대통령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가 이끄는 행정부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엔 너무나 힘에 부치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 국내의 여러 문제에서 더 이상의 개혁이 불가능해졌다. 해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수만 명의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꼼짝달싹 못한 채 발목이 잡혀 있고, 북한과 이란 핵 문제는 도통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는 2007년 내내 레임덕 최소화에 급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비록 2006년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쓴잔을 마셨지만 미국에는 여전히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보다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요령껏 의회와 협상해 나간다면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대외정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미국이 현재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고, 부시 대통령은 그 나라의 총사령관이란 점이다. 미국을 빼놓고는 그 어떠한 국제정세도 논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2007년을 맞는 부시에게 두 가지를 꼭 주지시키고 싶다. 하나는 '그에게 세 번째 대선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점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 여전한 북핵 갈등

북한 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두통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한국에선 대북 정책 논란으로 임기 마지막 해를 맞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뢰도가 더 떨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10년간 계속된 햇볕정책의 과실 챙기기에 집착할 것이다. 건강도 좋지 않은 김정일이 내년에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또 뭔가를 얻어내려고 시도할 것이다. 여름철 대홍수로 인한 북한의 식량 부족은 군대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고, 탈북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체제 붕괴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김정일의 중국 망명이다. 아무래도 2007년은 북한을 둘러싼 국가들이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과 그에 따른 대책을 고민하는 해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중국계 은행에 갖고 있는 계좌를 중국 정부가 동결하도록 더욱 압력을 가할 것이다. 중국은 북.중 국경지역의 혼란을 우려해 대북 식량.원유 공급을 쉽게 끊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마지못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중국은 400억 달러가 투입된 올림픽(2008년 8월 개최) 준비에 박차를 가해 연말께 주경기장이 완공될 것이다. 일본은 외교에 치중하는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중일전쟁 70주년을 맞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신경을 집중할 것이다.

#유럽.중동 : EU 통합의 해

해가 바뀌어도 중동 정세는 여전히 혼미할 것이다. 특히 이라크에서는 현재의 종족 간 분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 유엔 등 다른 형태의 국제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라크에서 미국.영국군이 완전히 철수하진 않지만 주둔 병력을 최소화하며 철군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다. 그동안 이라크는 계속 혼란스러울 전망이다.

2006년 7월 발생한 레바논 전쟁은 다가올 중동 갈등의 씨앗을 심은 격이 됐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은 팔레스타인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라던 이스라엘의 여론을 바꿔놨고, 이스라엘의 공격 역시 하마스의 입지만 공고하게 했다. 이에 시아파인 헤즈볼라와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놀란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요르단 등 수니파 정부들은 이란의 핵 무장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출범 50주년을 맞는 유럽연합(EU)을 둘러싼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내년 한 해는 EU 통합이 촉진되는 해가 될 듯하다. 특히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과거 국민투표로 부결한 EU 헌법 논의가 다시 살아날지가 관심사다.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아온 호경기와, 통합에 냉소적이던 독일.이탈리아.프랑스 지도자의 교체로 유럽 사회의 분위기가 통합 찬성 쪽으로 다소 바뀔 것이다. 그러나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유럽 사회의 이슬람에 대한 반감은 내년에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EU 가입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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