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다미 첫 女女로맨스…14년 사랑과 우정 사이 '소울메이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용근 감독이 각본, 연출한 영화 '소울메이트'(15일 개봉)는 13살 제주에서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가 스물일곱까지 14년간 나눈 우정과 사랑을 좇았다. 사진 NEW

민용근 감독이 각본, 연출한 영화 '소울메이트'(15일 개봉)는 13살 제주에서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가 스물일곱까지 14년간 나눈 우정과 사랑을 좇았다. 사진 NEW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기에 ‘우정’이란 말은 너무 작은 것 같아요. 우정도 사랑이라 생각하며 연기했죠.”

배우 김다미(27)가 15일 개봉하는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로 첫 여여(女女) 로맨스에 도전했다. 그가 배우 전소니(31)와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1998년 열세 살에 처음 만나 스물일곱까지, 14년간 두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배우 저우동위(周冬雨)를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시킨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 청궈샹 감독)를 토대로, SLL 산하 레이블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한국 배경에 맞게 바뀐 부분도 있지만, 가정 환경도, 성격도 다른 두 소녀가 서로 닮아가는 삶의 여정은 고스란히 옮겨왔다.

15일 개봉 영화 '소울메이트' 리뷰

김다미 첫 女女로맨스…우정과 사랑 사이

주인공은 평범한 제주 농사꾼 집안의 외동딸 하은(전소니)과 혼외자로 태어나 엄마 따라 전국을 떠돌며 자란 미소(김다미). 따뜻한 색감의 정물화 같은 하은은 제멋대로의 추상화 같은 까칠한 전학생 미소와 첫눈에 서로에게 끌려 ‘영혼의 단짝(소울메이트)’이 된다.
엄마가 제주를 떠날 때도 미소는 하은의 곁에 남기 위해 10대 때부터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독립한다. 사랑받으며 고생 없이 자란 하은과 미소의 삶의 격차는 벌어진다. 거기에 하은에게 진우(변우석)라는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세 사람 사이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늘어간다.

‘소울메이트’가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여느 영화들과 다른 건, 이성애 혹은 동성애로 규정짓기 어려운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 뿐만이 아니다. 정반대였던 두 친구의 삶이 언젠가부터 마치 맞바꾼 듯 서로가 걸어온 여정을 되밟아가는 대목부터 영화의 진짜 주제가 드러난다.
자유롭지만 불안정했던 미소는 하은처럼 대학에 가 취직하고 가족 같은 사람들을 얻으면서 비로소 안정을 찾고, 순탄하게 살아왔지만 오랫동안 꿈꿔온 화가가 되지 못했던 하은은 집을 떠나 한때 미소가 거쳐간 서울 산동네 집,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여행하며 자신의 마음 속에 깃든 풍경을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깨닫게 된다. 그들이 오랫동안 자신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서로에게서 찾았고, 동경했던 서로의 삶을 자신은 가질 수 없다는 좌절감에 한때 상대방을 지독히 미워하기도 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해와 화해의 순간, 또 다른 이별이 찾아온다.
각본을 겸한 민용근 감독은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서 ‘아, 그 사람이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영화 속에 흐른 감정들이 관객의 마음에 스며들길 바랐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악질경찰' '청춘월담' 전소니표 감성 돋보여 

영화 '소울메이트' 주연 전소니. 영화 '죄 많은 소녀' '악질경찰'에 이어 주연을 맡았다. 사진 NEW

영화 '소울메이트' 주연 전소니. 영화 '죄 많은 소녀' '악질경찰'에 이어 주연을 맡았다. 사진 NEW

‘소울메이트’는 남성 주인공이 많은 한국영화에서 모처럼 여배우 두 명의 주연 대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데뷔작 ‘마녀’(2018) 직후 합류한 김다미, 신인 전소니의 호흡이 빛난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 JTBC), ‘그해 우리는’(2021~2022, SBS)보다 먼저 이 영화를 만났다는 김다미는 능숙하게 스쿠터를 타고, 칵테일을 만들고, 클럽에서 노래하는 것부터 직장인‧엄마가 된 모습까지 14년에 걸친 극과 극의 삶의 순간을 안정감 있게 소화했다.
영화 ‘죄 많은 소녀’(2018) ‘악질경찰’(2019) 등으로 주목받은 전소니는 방영 중인 사극 드라마 ‘청춘월담’(tvN)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소울메이트’에선 자칫 답답하게 느껴질 법한 하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하은의 대사에 ‘(보다가)’라는 지문이 많아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행동하거나 말하기 전에 여러 번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가다듬는 게 당연한 사람인 것 같았다”고 캐릭터를 해석했다.
민 감독이 지금과 반대의 캐스팅도 고려했을 만큼 두 배우가 다른 듯 결이 닮은 장면들도 눈에 띈다. 특히 서로와 닮은 삶에 스며들어가는 대목에서다.

'소울메이트'는 왜 IMF 직후로 돌아갔나 

영화는 어느 순간 하은과 미소가 서로에게서 자신이 진정 원했던 자화상을 발견하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서 시작하는 시대 배경을 눈여겨볼 만하다. 미소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내연남의 돈 문제 때문에 도망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란다. 그의 삶도 처음엔 엄마의 전철을 밟는 듯 하다. 부동산업자와 결혼을 약속하지만, 모종의 비극으로 꿈이 좌절된 뒤에야 미소는 각고의 노력 끝에 안정된 삶을 꾸려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하은의 역할이 컸음은 물론이다.

영화 '소울메이트' 포스터. 극 중 주인공 미소(김다미)의 얼굴을 극사실주의 화법으로 그린 그림을 담았다. 사진 NEW

영화 '소울메이트' 포스터. 극 중 주인공 미소(김다미)의 얼굴을 극사실주의 화법으로 그린 그림을 담았다. 사진 NEW

미소가 평생 부러워해 온 하은처럼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영화는 두 사람이 한폭의 그림을 통해 한 사람처럼 합치되는 듯한 장면을 보여준다. 이때 하은은 미소가 마음 속에 꿈꿔온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울메이트’를 두 여성의 이야기, 그 이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늑대소년' '건축학개론' 잇는 복고 로맨스 

영화에는 ‘늑대소년’, ‘건축학개론’ 등 한국 로맨스영화의 흥행 코드인 복고풍도 드러난다. 끈을 꼬아 인형을 주렁주렁 매단 휴대전화 고리, 폴더폰, MP3 플레이어, 벤치형 그네에 앉아 눈꽃빙수를 먹는 빙수카페 등 그 시절 청춘을 보낸 30~40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장면이 가득하다.
팬시점에서 귀를 뚫은 소녀들이 오락실에서 2인 1조로 격렬히 안무 스텝을 밟는 ‘펌프’ 게임도 등장한다. 첫사랑을 다루는 영화들이 순수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건 익히 봐온 현상이다.
다만 요즘 연애 풍토 치곤 지나치게 지고지순하고 자기희생적인 인물들의 관계가 극 중 주인공 또래인 10~20대 관객에게도 가 닿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